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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서울의대 “2025년도 의대 증원은 엎질러진 물, ‘붕괴직전’ 교육 방안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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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 주최로 ‘의학교육 정상화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이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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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연중 지속되고 있지만,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선발은 지체없이 진행되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 이같은 현실을 감안해 2025년도 의대 증원은 인정하고 당장 늘어나는 의대생들을 제대로 교육할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의료계 내부비판을 감수하면서 이같은 주장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4일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 주최로 ‘의학교육 정상화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의대 교수들, 사직 전공의, 의대생 학부모, 소비자단체 대표 등이 참석해 여전히 고착상태인 의·정갈등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지 논의했다.

“정부 의사 수 추계 잘못은 명백하지만, 내년도 증원은 ‘엎질러진 물’”


발제를 맡은 오주환 서울대 의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 의대 증원안의 문제를 먼저 지적했다. 정부가 의료 수요 증가 요인을 ‘고령화’로만 단순화하고, 공급 부족 요인인 ‘베이비부머’ 은퇴 의사 규모를 잘못 계산해 미래 의료수요 추계가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그는 의료전달체계나 의료비 지불제도 등을 개편하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어떤 경우라도 2040년까지는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의대정원 확대는 2027년부터 적용하고, 그 전에 3년 동안 국민들이 원하는 의료시스템 개선의 상을 우선 확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 교수는 “2025년도 입학생 규모가 확정됐고, 이 시점에서는 ‘엎질러진 물’이 됐다”며 “(내년도 의대 증원을 원점으로) 돌리면 걷잡을 수 없는 사회적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내년도 의대 입학이 취소되는 것 아닌지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의 e메일을 여러통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2025년도 학생들이 무슨 죄가 있어서 질 떨어진 교육에 놓여야 하느냐”며 “(지금은) 빠르게 강의실을 늘리고, 강의를 실시간 ‘줌’(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도 들을 수 있게 하는 방법 등 여러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2026년도 이후 의대 증원은 내년 1분기에 사회적으로 재논의해서 규모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수시 미충족 인원 정시 이월하지 말고, 학생 수 분산해서 수업 방식 고려해야”


강희경 서울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비대위는 (연초부터) 2025년도 증원은 중단하고, 몇명을 증원해야 하는지 일단 과학적으로 추계하자고 주장해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강 위원장은 현재 의협 회장 후보로 출마해있으며 정부의 의대 증원안을 앞장서 비판해왔다. 그럼에도 그는 “내년도 의대 합격생은 가시화돼있다. 현재 수시합격생도 있고, 정시 합격권에 들어간 학생도 있기 때문에 향후에 의대 교육이 제대로 안 될 것을 생각해서 (내년도 의대 증원을)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대로 된 교육을 하려면 (의대생) 수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수시 미충족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는 것을 교육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합격 인정은 먼저 하고, 수업은 나중에 하거나 군대를 먼저 다녀오고 싶은 학생은 먼저 갔다가 나중에 수업을 듣게 하는 방법” 등을 제시하면서, 늘어난 의대 교육 인원을 적극적으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지영 한국의학교육학회 정보이사(동국대 의대 교수)는 “의대는 졸업과 동시에 진료현장에 바로 투입되기 때문에, (학교에서)1차 진료역량을 기르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학생 수가 2배로 늘어나면 이 과정을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들을 받아놓고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면 안 되고, 구축하고 받아야만 적절한 교육이 시의적절하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사직 전공의인 류옥하다씨는 지금의 복잡한 상황을 풀기 위해서는 의료계가 그간의 단체행동에 대해서 자성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도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계엄 선포 당일에 의료진이 현장에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하겠다는 포고령을 보고서는 “황당하면서도,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 이때 내가 느낀 죽음에 대한 공포감을 환자 분들이 (전공의 집단 사직 시점인) 2월에 느끼셨겠구나. 수술이 밀리면 갑작스럽고, 죽음의 위기를 느꼈을 것이고, 그들에게는 계엄 같은 공포였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류옥씨는 이 이야기를 하다가 울먹이며 “한번은 (시민들에게) 사과를 하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우리가 (윤석열 정부 앞에서) 연대하자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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