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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아파트 사는 임차인, 전세가 월세보다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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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 지역.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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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거주하는 월세 세입자가 전세로 바꿀 경우 전세자금대출 이자 등 비용 증가로 주거비가 오히려 늘어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적어도 아파트에 한해서는 ‘목돈 마련을 위해선 월세보다 전세가 낫다’는 통념이 적용되지 않는 셈이다. 다만 빌라·단독주택 등 비아파트에선 전세가 월세보다 주거비 절약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국토연구원의 ‘전세자금대출 보증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월세 가구가 동일한 주택에서 전세로 전환하면 지방은 평균 13만7000원의 주거비 감소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주택의 평균 월세는 34만원으로 전세보증금 대출에 따른 이자 등으로 발생하는 전세 주거비(20만2000원)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지방은 월세보다 전세로 사는 게 더 이득인 것이다. 광역시도 전세로 사는 것이 월세보다 20만7000원의 주거비 절감효과가 있었다. 반면 수도권은 월세와 전세대출 제반비용 간에 큰 차이가 없어 절감효과는 1만1000원에 그쳤다.

주택 유형별로 보면 빌라 등 다세대주택의 경우 평균 월세가 50만7000원인 반면 전세주거비는 32만6000원으로 낮았다. 따라서 월세에서 전세로 옮길 경우 18만1000원의 주거비 절감효과가 있었다. 연립주택은 10만4000원의 절감효과가 있었으며, 단독주택은 월세에서 전세로 옮기면 20만4000원까지 주거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

반면 아파트는 월세에서 전세로 옮길 경우 오히려 평균 2만8000원 손해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 평균은 50만2000원인데 전세 주거비는 53만원으로 전세가 월세보다 더 비싼 셈이다.

국토연구원은 “아파트는 전세보증금이 다른 주택유형에 비해 높기 때문에 전세자금대출 이자비용과 보증수수료가 커서 전세가 더 많은 주거비 부담을 준다”고 설명했다. 해당 결과는 전국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평균값이다.

특히 전세자금대출 보증을 확대할수록 전세가격은 더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전세자금대출 보증이 1% 증가하면 전세가격은 연간 2.16% 상승한다. 대출보증이 3.8%늘어나면 전세가격은 연간 8.21% 상승했다. 3.8%는 실제로 2022~2023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HF)가 전세대출보증을 확대한 비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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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구원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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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월세가 45만원인 주택의 경우 35만8000원이던 전세 주거비가 대출보증 확대(3.8%)로 38만7000원(8.21%↑)까지 상승해 주거비 절감효과는 9만2000원에서 6만3000원까지 떨어지는 것이다.

아파트는 전세대출보증이 확대될수록 주거비 절감은 커녕 부담이 더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는 전세대출보증을 3.8% 확대했더니 월세에 비해 2만7000원 더 많던 전세 주거비 부담이 7만1000원까지 늘어났다. 즉 아파트의 경우 월세가 전세보다 주거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국토연구원은 “전세자금대출 보증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세에 적용될 때 주거비 완화 효과가 더욱 크므로 서민과 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저렴한 전세 주택에 우선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임차가구의 경제적 수준을 고려해 서민과 중산층에는 이자율과 보증료를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정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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