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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돈 한푼 없이 대주주 지배력 강화하는 '자사주 마법' 더이상 안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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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법인 자기주식(자사주) 제도개선 주요내용 /사진=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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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기업이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기주식(자사주)을 활용해 추가 비용 없이 대주주의 지배력을 확대할 수 없게 된다. 이른바 '자사주 마법'이 통하지 않게 되는 것. 금융당국은 주주보호를 위해 자사주를 대주주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를 막는 제도개선안을 마련해 31일 시행한다.


'자사주 마법' 막힌다…자사주 신주배정 31일부터 금지

금융위원회는 24일 주권상장법인 자사주 제도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오는 31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문제가 지적돼 온 '자사주 마법'은 사라질 전망이다. 자사주의 마법이란, 기업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를 매개로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인적분할은 한 회사의 재산을 분할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대부분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적분할은 기존회사 주주에게 신설회사의 신주를 기존 주주의 지분율에 따라 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분할 이전에 10%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있다면, 이 주주는 기존회사뿐만 아니라 신설회사에 대해서도 10%의 지분을 갖게 된다. 그런데 기존회사가 자사주를 보유한 경우에도 기존회사 자체를 주주로 간주해 다른 주주와 똑같이 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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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물적분할 구조와 인적분할 구조도 /사진=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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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A건설·화학 회사가 인적분할로 A건설회사(기존회사·지주사)와 B화학회사(신설회사)로 나눠졌다고 가정해보자. 기존 A건설·화학회사의 지분구조는 지배주주 40%, 소수주주 30%, 자사주 30%였다. 인적분할 이후 기존 대주주와 소수주주는 보유 지분대로 A건설회사와 B화학회사의 지분을 각각 40%, 30% 갖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B화학회사의 나머지 지분 30%는 A건설회사에 돌아간다. A건설회사가 보유한 자사주에도 기존 주주와 똑같이 신주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B화학회사에 대한 지배주주의 지분율은 당초 40%에서 자사주로 얻은 30%에 더해 총 70%로 늘어난다. 추가 출자 없이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확대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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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마법' 문제점 사례 /사진=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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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는 회사가 본인이 발행한 주식을 다시 취득해 보관하는 주식으로, 의결권·배당권·신주인수권 등 거의 모든 주주권이 제한된다. 자사주 취득의 경우에는 기업의 이익을 주주에게 현금으로 돌려준다는 취지에서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꼽힌다. 하지만 유독 인적분할의 경우 법령과 판례가 명확하지 않아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이 관행적으로 이뤄져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이에 금융위는 상장법인의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을 할 수 없도록 명확히 규정했다. 같은 취지에서 상장법인이 다른 법인과 합병하는 경우에도 소멸되는 법인이 보유한 자사주에 대해서도 신주배정을 할 수 없다.


자사주 보유·처분 공시도 강화

더불어 자사주 취득 이후 기업의 보유규모, 소각·처분 등 처리계획에 대한 공시가 의무화된다. 상장법인의 자사주 보유비중이 발행주식총수의 5% 이상인 경우 자사주 보유현황과 목적, 처리계획 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공시해야 한다. 자사주를 처분할 때도 목적과 처분 상대방, 예상되는 주식가치 희석효과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

신탁으로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에도 직접 취득방식과 동일하게 당초 계획·공시한 자사주 매입금액보다 적은 경우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자사주 매입기간 종료 후 1개월이 지나기 전에는 새로운 신탁계약이 제한되고, 신탁 계약기간 중 신탁업자가 자사주를 처분할 때도 주요사항 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그동안 신탁을 통한 자사주 취득·처분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완화돼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금융위는 제도개선 시행으로 자사주가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래의 취지대로 운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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