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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5년 전 창고 영화, 2030 덕에 ‘흥행 불길’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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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째 주말 박스 오피스 1위

영화 ‘소방관’ 흥행 비결은?

조선일보

개봉 전 ‘창고 영화’라는 오명을 썼던 영화 ‘소방관’은 22일 관객 250만명을 돌파하며 박스 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사진은 출동한 소방관들이 불이 난 주택에서 불과 싸우고 있는 영화의 한 장면. /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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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예상 못 한 1위였다. 촬영 착수부터 개봉까지 무려 5년. ‘창고 영화’라는 오명을 썼던 ‘소방관’(감독 곽경택)이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겨울 극장가에 불을 질렀다. 22일까지 누적 관객은 259만명. 올해 한국 영화 흥행 순위 5위까지 뛰어올랐다.

조선일보

◇천신만고 끝에 창고 밖으로, 디즈니도 울리며 1위

소방관은 개봉부터가 천신만고 끝의 기사회생이었다. 2020년 초 촬영에 들어가 3개월 만에 끝냈으나 코로나 때문에 개봉이 막혔다. 코로나가 지나니 주연 배우 곽도원의 음주 운전으로 개봉이 좌절됐다. 재차 개봉을 노렸으나 이번엔 배급사가 영화 배급을 접겠다고 했다. OTT로 직행한다는 소문까지 돌 무렵, 현 배급사인 바이포엠스튜디오가 개봉을 결정하며 불씨가 살아났다.

‘소방관’은 2001년 서울 홍제동 화재 참사를 다룬다. 소방관 6명이 주민을 구하다 순직한 감동 실화지만, 시사회 직후 반응은 “올드하다” “젊은 층이 싫어할 옛날얘기”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평론가들 평점도 높지 않았다. 그러나 개봉일인 지난 4일 1위로 데뷔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소방관’의 기세에 디즈니 ‘모아나 2′와 ‘무파사: 라이온 킹’도 2위로 무릎을 꿇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소방관’의 성공은 배급사 바이포엠 마케팅의 힘이 컸다”고 입을 모은다. 2017년 광고 마케팅 전문 회사로 시작한 바이포엠은 2022년 영화 ‘데시벨’로 영화 배급에 뛰어들었다. 배급 경력이 불과 3년. 한상일 바이포엠 영화 담당 이사는 “영화를 전혀 모르고 시작했다가 실패의 쓴맛도 봤다”고 했다. 2022년 배급한 ‘동감’은 관객 49만명에 그쳤다. 한 이사는 “영화 마케팅은 기술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제작진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마케팅 비결은 영화 주관객층인 2030에 최적화된 데이터 마케팅이다. 유귀선 바이포엠 대표는 30대이며, 영화팀 10명 중 80년대생인 한 이사를 제외한 전원이 90~2000년대생이다. 2030이 모여 2030을 사로잡을 기획을 발굴하는 것이다.

승부처는 모바일, 키워드는 실시간이다. 2030이 인터넷 어디에서 모여 무엇을 즐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이터를 24시간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페이스북 페이지, 인스타그램 계정, 틱톡과 유튜브가 공략 대상이다. 직원들 책상에는 모니터가 4대씩이다. 실시간 체크에서 클릭 10건이 나온 포스팅은 즉각 내리고, ‘좋아요’ 6만건이 눌러진 포스팅을 더 많이 뿌린다. 리스크 대응도 실시간이다. ‘소방관’을 연출한 곽경택 감독의 동생인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탄핵에 찬성하지 않은 사실 때문에 부정적 반응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 들자마자 “저도 화가 난다”는 곽 감독의 편지를 곧바로 올렸다.

◇웹툰으로 먼저 띄우고,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

전통적인 영화 홍보 문구라면 “‘소방관’ 보고 관객 오열”이다. 바이포엠은 다르다. “‘소방관’ 보고 우리 오빠 여친 생긴 썰 푼다”라고 올린다. 한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흥미가 생길 수밖에 없는 포스팅이 제 계정에 자동 추천돼 계속 뜬다”며 “신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 결과 일부에서 ‘올드하다’고 고개를 저었던 ‘소방관’에 2030 관객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CGV 관객 데이터를 보면 20대가 26%로 가장 많고 그 뒤를 30대(24%)가 차지해 관객 절반이 2030이다.

관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될 챌린지 발굴에도 공을 들인다. 천만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분노한 심장 박동을 체크한다는 ‘심박수 챌린지’도 바이포엠이 마케팅 협력사로 참여해 키운 이벤트다. ‘소방관’은 유료 관객 1명당 119원을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해 기부하는 119 챌린지를 널리 알렸다. 청소년 관람 불가로는 5년 만에 100만을 돌파한 영화 ‘히든 페이스’ 역시 바이포엠이 참여해 흥행에 기여했다.

영화 홍보에 영화만 활용하지 않는다. 웹툰과 웹소설, 음반과 출판까지 계열사로 두고 동시에 기획 아이템을 태운다. ‘소방관’도 개봉 한 달 전 웹툰으로 먼저 띄웠으며, 가수 박효신이 부른 영화 주제곡도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시켰다.

‘소방관’은 24일 개봉하는 ‘하얼빈’에 1위 자리를 내주더라도 2~3위권을 유지해 300만 이상 달성을 노리고 있다. 바이포엠 측은 “119 챌린지 약속대로 그간 모인 3억원을 내년 개원할 국립소방병원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신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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