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인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유백만 전 프로야구 MBC 감독이 제주 이승락 오름의 삼나무숲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유백만 전 감독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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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
모든 골퍼의 꿈은 ‘에이지슛(Age Shoot)’이다. 자기 나이보다 적거나 같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걸 의미하는 에이지슛을 위해선 나이가 들어도 건강해야 한다. 수준급 골프 실력도 필수다. 에이지슛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축복받은 인생이다.
그런데 제주에는 에이지슛을 밥 먹듯 하는 골퍼가 있다. 실업야구 상업은행과 한국화장품, 프로야구 MBC 청룡 등에서 사령탑을 지낸 유백만 전 감독이다. 올해 84세인 유 전 감독은 에이지슛의 달인이다.
유 전 감독이 에이지슛을 처음 기록한 건 67세이던 2007년이다. 야구 후배인 김재박 전 LG 감독 등과 호주에서 동반 라운드를 하면서 6언더파 66타를 친 게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생애 100호 에이지슛까지 정확히 10년이 걸렸다. 그런데 70대 이후로 나이가 많아지면서 에이지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2019년에 200호 에이지슛을 했고, 1년 뒤인 2020년엔 300호를 넘었다. 유 전 감독은 “2022년 8월 27일 75타로 373번째 에이지슛을 한 뒤 더 이상 횟수를 세지 않고 있다. 지금쯤 400회는 훨씬 넘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실업야구 상업은행 시절 그는 노히트 노런을 네 차례(1963, 1969, 1970, 1971년) 달성한 투수였다. 그는 선수로 한창 활동할 때부터 골프를 배웠다. “은행 일을 계속하려면 골프를 배워두는 게 좋겠다”는 박현식 당시 제일은행 감독의 권유가 계기였다.
이후 야구 지도자가 된 뒤에도 골프를 꾸준히 쳤다. 1990년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프로 자격증도 땄다. 야구인 골프대회 메달리스트(최고 스코어러에게 주는 상)는 대개 그의 차지였다.
자연스럽게 인생 후반전은 골프가 주무대가 됐다. 삼성 코치를 그만두고 대구에서 머물던 시절 그는 나중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뛴 조윤희와 조윤지 자매를 가르쳤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약했던 배상문도 제자였다.
시니어 프로 골퍼로 그는 KPGA 시니어 투어에서 두 번 우승했다. 2007년에는 프로 테스트를 거쳐 호주 시니어 프로골프 투어 정회원이 됐다.
유 전 감독은 2011년 공기 좋고 골프장도 많은 제주로 이사했다. 제주에서 그는 주 3회는 레슨을 하고 주 4회는 자기 몸에 투자한다. 골프에 필요한 근력을 유지하기 위해 피트니스센터에서 하체와 복근을 중심으로 꾸준히 운동한다. 유산소 운동은 집 근처 오름을 오르면서 한다. 그는 “아내와 함께 서귀포 이승악 오름을 자주 다닌다. 작년에만 집사람과 40번 이상 다녀왔다. 목적지까지 산길로 왕복 90분 정도 걸리는데 산길이지만 평지도 많아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고 했다.
야구 선수 시절부터 그는 성실의 아이콘이었다. 다른 선수들이 담배를 피우고 음주를 즐길 때도 그는 술과 담배를 멀리했다. 그리고 달리기 등 다른 선수들이 좋아하지 않는 훈련을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그런 자기관리 덕에 지금도 드라이버로 240야드를 넘게 날린다.
83세이던 지난해 한라산 정상에 올랐던 그는 “몸 관리를 잘해 91세에 다시 한번 한라산 등정을 하고 싶다. 공식 기록은 없지만 90세가 최고령 등정이라고 한다. 91세에 꼭 한라산 정상을 밟아보고 싶다”고 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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