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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기고]윤 탄핵심판, 국민의 뜻 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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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평온해야 할 시간에 윤석열 대통령은 뜬금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전 국민의 가슴을 철렁케 했다. 놀란 시민들이 잠자리를 박차고 뛰쳐나와 국회를 도와서 순식간에 계엄을 해제시켰고,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된 윤 대통령 탄핵은 국회 문턱을 넘어 헌법재판소(헌재)로 넘겨졌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황당무계한 요건불비의 선포였고, 2시간30분 만에 국회의 해제 요구 및 11일 만의 윤 대통령 탄핵 의결 등 기네스북 등재감의 진기록을 썼다. 가슴 벅찬 것은 한밤중 국회 앞을 가득 메운 민주 가치로 무장한 시민정신이 살벌한 비상계엄을 막았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헌재의 시간이라고도 하나 여전히 국민의 시간이다. 서울 북촌 초입에 자리한 헌재는 현대사의 명암이 깃든 곳이다.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랑스러워할 민주공화국 시민으로 산다는 것, 국민이 이 나라 주인임을 확인하고 지켜주는 곳이다.

그런 헌재의 심판을 두고 말이 많다. 수사 중인 내란 혐의로 기소되면 심리를 정지해야 한다느니,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권한이 없다느니 하는 말들이다. 온몸으로 비상계엄을 막고 광장에서 “윤석열 탄핵”을 외쳐온 국민들의 눈에는 상투적인 법 잣대로 심판을 지연시키려는 꼼수로 비친다.

헌재법은 탄핵심판과 같은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이는 심판의 효율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모든 사건에 그대로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이번 심판은 국가 존립에 관한 것으로 그 대상이 대통령이란 점에서 다른 경우와 비교할 수 없다. 오히려 심각한 헌법 유린, 비상계엄에 따른 극심한 혼란에 비춰 보면 시간이 걸리는 형사절차에 기대는 것 자체가 헌법 유린과 다름없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탄핵 의결 후 대통령을 대신해 헌법에 따라 조속한 혼란 수습 책무를 부여받았다. 여기엔 헌법재판관 임명도 포함된다. 중요한 것은 탄핵심판 출발이 광장을 채운 국민이라는 점이다. 이는 한 권한대행이 국민의 뜻인 신속 심판을 도와 국정 안정에 힘써야 함을 말한다. 권한대행이 대법원장 지명의 재판관을 임명한 전례도 있지만, 지금 임명될 인사는 국회 선출의 재판관이다. 권한대행으로선 임명만 하는 현상유지적 역할을 하는 데 불과하다. 한 권한대행은 광장에 나선 국민들의 결연한 의지를 읽어야 한다.

헌법재판관의 성향을 두고도 말이 많다. 하지만 국가 존립을 위해 헌법 유린을 단죄하는 데 진영논리가 있을 수 없다. 헌재의 책임이 막중하며 심판이 철저히 국민 뜻에 따라야 하는 이유이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도 신속하고 공정한 심판을 약속했다. 만약 헌재가 국민 뜻을 거스르면 거센 저항에 부닥칠 것이며 그 존립 자체가 문제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국회와 한 권한대행 또한 정파를 떠나 국민만 보고 임명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눈앞의 혼란을 끝내는 데 매진해야 한다.

경향신문

최영승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최영승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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