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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각국이 숏폼(짧은 영상) 플랫폼 ‘틱톡’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선정적·폭력적 콘텐츠로부터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지키고, 자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23일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21일(현지시각) 남유럽 국가 알바니아는 최소 1년 동안 틱톡의 접근을 차단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틱톡에서 말다툼을 벌인 14세 남학생이 친구를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나온 조치다. 라마 총리는 소셜 미디어(SNS), 특히 틱톡이 학교 안팎의 청소년 폭력을 부추긴다고 비난했다.
라마 총리는 “1년 동안 모든 사람을 위해 틱톡을 완전히 차단할 것”이라며 “틱톡을 비롯해 우리 아이들을 인질로 잡는 다른 모든 사람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 틱톡은 학생들이 어떻게 수강하고 자연을 보호하며 전통을 지키는 방법을 홍보하지만,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은 틱톡에서 그렇게 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는 지난달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틱톡을 비롯한 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부모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청소년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법이 마련된 것은 전 세계에서 최초다. 이 법은 1년간 유예기간을 거친 후 발효된다. 유예기간 동안 규제 대상이 된 SNS 플랫폼은 미성년자의 이용을 막을 기술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규제 대상이 되는 SNS 플랫폼은 호주 통신부 장관의 행정명령으로 결정되는데, 통신부 장관은 현재 틱톡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 보호를 목적으로 틱톡 금지가 확산하는 추세다. 지난해 프랑스와 미국 일부 주에서도 아동·청소년이 부모 동의 없이 틱톡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 법을 통과시켰다. 틱톡 금지 입법은 SNS가 아동의 정신건강과 사회적 발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최근 SNS가 청소년 우울증을 비롯해 자살률에도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유해 콘텐츠 노출 등으로 청소년에게 미치는 폐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틱톡은 국가 간 대립으로 인한 보안상의 이유로도 사용금지 대상에 오르고 있다. 현재 틱톡은 약 1억70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 처해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4월 틱톡이 중국 공산당의 선전 도구와 미국인의 개인정보 탈취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미국 내 사업을 270일 안에 매각하게 하는 이른바 ‘틱톡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지난 6일 미 워싱턴DC 항소법원은 틱톡이 제기한 위헌 확인 소송을 기각하면서 틱톡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상태다.
틱톡 측은 다시 연방대법원에 항고해 대법원 심리를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틱톡의 퇴출을 막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보수단체 터닝포인트 주최 연례행사에서 “우리가 선거운동 기간에 틱톡에 진출했고 수십억뷰를 올리며 큰 호응을 얻었기 때문에 (틱톡 금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사례와 같이 틱톡은 다른 SNS와 달리 국가 안보를 위해 금지 결정이 내려지기도 한다. 틱톡은 중국 IT 기업 바이트댄스가 모기업인데, 과거 중국 공산당과 바이트댄스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틱톡을 이용하기 위해 사용자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중국 공산당이 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한때 이용자가 1억5000만명에 이르렀던 인도는 2020년 중국과 국경 갈등이 격화하자 틱톡을 영구적으로 금지했다. 인도와 중국은 2020년 6월 히말라야 산맥 국경 지대에서 양국 군의 충돌로 인도 병사 20명이 사망한 것을 계기로 관계가 급격히 악화했다.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중국과 대치 중인 대만은 2022년 12월 정부 기기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했고, 이를 민간 부문까지 확대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유럽의회, 유럽연합위원회, 유럽 이사회 등 모든 정책 결정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 휴대전화에 틱톡 설치를 금지했으며, 벨기에·네덜란드·덴마크 등 일부 EU 회원국 정부들도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이 외에도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이 지난해 정부 기기나 공무원의 업무용 휴대전화, 정부 기관 네트워크에 접근 가능한 기기에 틱톡 설치를 금지했다.
김수정 기자(revis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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