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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韓 통신장비 업계, 오픈랜 시장 공략 시동… 트럼프발 수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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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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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통신장비 업계가 오픈랜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고 있다. 오픈랜은 서로 다른 제조사가 만든 기지국 장비끼리 연동할 수 있는 표준화 기술이다. 미국은 지난 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세계 1위 통신장비 회사인 화웨이를 견제하기 위해 오픈랜 도입을 적극 추진한 바 있다.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 등 비(非)화웨이 장비 간 연동이 가능하면 전 세계 이동통신사들이 화웨이 장비에 의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아직까지 타제조사와 제품을 연동할 경우 성능이 저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오픈랜 참여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미국은 다음 달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오픈랜 확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에상된다.

쏠리드, 에치에프알, 삼지전자 등은 고객사인 에릭슨과 삼성전자가 미국 대형 이동통신사들로부터 오픈랜 장비 수주를 따내면서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쏠리드·에치에프알·삼지전자, 오픈랜 기술 개발 박차

23일 업계에 따르면 쏠리드는 이달 미국 정보통신 정책 기관인 NTIA와 협력해 397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받고 오픈랜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현재 미 정부는 통신 분야에서 보안 우려를 해결하고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픈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업들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쏠리드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의 상용화를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에치에프알은 이달 SK텔레콤, 에릭슨, 노키아 등 글로벌 10개사와 오픈랜 글로벌 표준화 주도 단체인 ‘오픈랜 얼라이언스’ 규격 기반 기지국 장치와 솔루션을 시험하고 결과를 공유했다. 에치애프알은 오픈랜 장비에 적용돼 전력을 저감할 수 있는 무선신호처리부(RU) 부품에 대한 검증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RU는 스마트폰 등 단말기와 기지국의 신호 교환을 돕는 부품이다.

삼지전자는 지난달 쏠리드에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오픈랜 장비 국제인증인 K-OTIC 획득에 성공했다. 인증을 획득하면 해외 통신사들이 삼지전자의 장비를 제약 없이 도입할 수 있게 된다. 삼지전자는 이번 획득을 통해 오픈랜 기지국에 들어가는 RU 장비의 해외 판로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국내 통신장비사들은 오픈랜 시장 공략을 통한 실적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쏠리드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고, 삼지전자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2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5% 줄었다. 같은 기간 에치에프알의 영업손실은 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를 소폭 줄이는데 그쳤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의 5G(5세대 이동통신) 망 설비 구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통신장비 수요도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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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연구원들이 최근 오픈랜 실증 관련 글로벌 행사인 '플러그페스트'에 출품하기 위해 시험하는 모습./SK텔레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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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2기 행정부, 中 견제 위해 오픈랜 확산 나설 듯

내년 1월 임기가 시작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공약집에 “핵심 시스템과 네트워크에 대한 보안 기준을 강화하고,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적 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지난 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부터 정보 유출 가능성을 이유로 자국 내 중국 통신장비를 금지하고 있고, 동맹국에도 제재를 촉구하고 있다.

올 3분기 기준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중국 화웨이는 32.6%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 통신장비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오픈랜 장비를 적극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로젠워슬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 대행은 2021년 오픈랜 활성화 정책에 관해 설명하며 “신뢰할 수 없는 네트워크 공급업체의 시장 확산을 저지하는 동시에 미국의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도 취해야 한다”고 했다.

에릭슨은 올 9월 AT&T로부터 20조원 규모의 수주 계약을 따냈다. 에릭슨이 AT&T에 공급하는 통신장비에는 오픈랜 기능이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오픈랜 시장에서 1조1387억원을 벌어들여 매출 기준 점유율 선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에 오픈랜 장비를 공급하며 관련 매출을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오픈랜 시장은 2022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42%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0년에는 시장 규모가 320억달러(약 46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세계 오픈랜 시장 규모는 23억달러(약 3조3322억원)로 추정된다.

송영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미래전략연구실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오픈랜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질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오픈랜 시장 활성화에 따른 수혜를 누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내 통신장비사들도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국 기자(mansa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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