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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지금 여당, 정치적 생존 본능만 남은 걸까 [정치에 속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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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 있었다. 이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체제가 무너졌다. 혼란이고 위기다. 그런데 여당에선 명확한 사과나 유감 발표가 없다. 나라를 뒤흔든 계엄 사태가 벌어졌고, 수습 과정에서 여당의 우왕좌왕도 있었다. 최소한 시대착오적인 계엄에 대해, 그 이후 보인 실망스러운 모습에 대해 여당으로서 유감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게 맞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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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지난 13일 국회 본청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 찬성 촉구’ 1인 시위를 벌이는 김상욱 의원을 지나치고 있다. [사진 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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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 여당은 탄핵 찬성 의원을 배신자로 규정하는 분위기다. 찬성 의원을 색출하자 주장도 있었다고 한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지역구에서 목소리가 큰 열성 지지층, 강성 보수층만 바라보기 때문일까. 아니면 ‘윤석열 탄핵은 곧 이재명 집권’이란 가정에 사로잡혀 다른 생각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일까.

국민의힘 당 지지율은 민주당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갤럽 12월 3주 차 조사(17~19일 1000명 대상,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은 전 주와 같은 24%, 민주당은 전주보다 8%P 오른 48%다. 혹시 여당 의원 다수는 민주당의 지지율 급등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러려니 하고, 탄핵안 가결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유지됐다는 걸 보고 안도하는 건 아닐까.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국민의힘 33%, 민주당 27%다. 여당이 압도하기는커녕 겨우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다. 또 TK에서 무당층 비율은 32%로 여당 지지율에 육박한다. 여당 지지표 일부가 이탈해 야당과 무당층으로 이동한 거다.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국민의힘 36%, 민주당 38%로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이 나타났다.

위 여론조사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주관식)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7%였다.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 6명이 올랐는데 모두 합쳐도 17%에 불과하다. 올해 초 한때 한 전 대표가 20%대를 기록했지만, 이제는 5%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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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자넌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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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인지도 조사에 불과하다거나 의견 유보층이 35%나 되니까 지지 확보 가능성이 크다고 애써 무시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당의 대선 경쟁력, 유권자의 지지세 자체가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당으로서 근본적인 위기가 닥친 거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당내에선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변화를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는 모습조차 없고 묵직하게 책임과 반성을 말하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연말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이상훈 MBN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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