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에서 재벌이 된다는 내용의 중국 마이크로 드라마 타이틀 장면. 해당 드라마 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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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반전, 재벌남….
올해 중국 콘텐츠 시장을 뒤흔든 마이크로 드라마의 주요 키워드이다. ‘숏폼’의 시대 중국 영화시장을 위협하고 할리우드까지 넘본다는 평가를 받던 마이크로 드라마가 당국 규제라는 암초를 만났다.
22일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중국 방송규제기구인 국가광전총국은 마이크로 단편 드라마의 제목 문제가 심각하다며 새로운 규제 조치를 내놓았다고 밝혔다.
국가광전총국은 당국이 지난 2월 마이크로 단편 드라마에 대한 지침을 발표한 뒤 플랫폼 자체 심사를 통해 드라마 내용의 규정 위반은 크게 줄었지만 “선정적이고 저속한 제목이 고질적으로 드라마 전반의 이미지를 저하시키고 있다”며 “새로운 스타일 기준과 예술적 품질에 대한 요구사항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 드라마는 각 에피소드의 길이가 수십 초에서 수 분에 불과한 매우 짧은 드라마를 말한다. 길이가 20분가량 되는 것도 있지만 보통은 2분을 넘지 않는다. 15초 안에 반전, 30초 동안 갈등, 마지막 10초에 다음 회차에 대한 궁금증을 남기는 것이 전형적 공식으로 통한다.
잘생긴 재벌과 평범한 여성 간의 사랑이나 환생·시간여행 등을 통한 ‘인생역전극’이 인기 있는 작품들의 주된 내용이다.
제목에는 ‘재벌총수(总裁)’, ‘갑부(首富)’, ‘환생(重生)’, ‘역습(逆袭)’ 등이 자주 등장한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2024년 방영된 마이크로 드라마 5000여편 가운데 재벌총수가 216회 등장한다. ‘재벌총수는 나를 사랑해’ ‘50대 보모가 20대 총수와 갑자기 결혼했다’ 등이 대표적이다.
차이신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iiMedia 리서치는 2023년 마이크로 드라마 시장은 전년보다 267.7% 성장해 374억위안(약 7조42300억원)에 달했는데 올해는 여기에서 35% 더 성장했을 것이라고 집계했다. 시장규모가 약 10조원에 육박한다는 의미이다.
시장조사업체 퀘스트모바일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마이크로 드라마 형식의 광고를 내세우면서 매출이 20% 급증했다. 바이트댄스와 콰이쇼우테크놀로지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마이크로 드라마를 내놓기도 했다. 향후 배우를 고용할 필요도 없이 마이크로 드라마 제작이 쉬워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마이크로 드라마의 인기 요인으로는 아무 때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짧은 분량과 취업난과 경제위기로 인한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속 시원한 스토리가 꼽힌다.
인기는 연령과 계층을 가리지 않는다. 한 중국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칭화대, 베이징대 등 명문대 학생들도 ‘머리 비우고 싶다’며 마이크로 드라마 많이 본다”고 전했다. 중장년층과 노년층도 주된 시청자층이다. 일부 드라마 애플리케이션이 수십회 분량을 무료로 제공한 뒤 자신도 모르게 결제하도록 만들어 노년층의 금전적 피해가 문제가 됐다.
중국 영문 관영매체 차이나데일리는 마이크로 드라마 플랫폼 리얼쇼츠가 미국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정상에 올랐으며 톱쇼츠도 일본에서 넷플릭스의 다운로드 횟수를 제쳤다며 등 해외 사용자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K팝은 서구 문화를 보완하지만, 마이크로 드라마는 중국 특유의 인터넷 환경에서 영감을 받은 강력한 서사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마이크로 드라마 성장에 대해서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주웨이 중국정법대학 부교수는 마이크로 드라마의 인기에는 알고리즘 등 일종의 중독을 유발하는 과정이 있다며 “현재 인터넷 중독에는 마이크로 드라마 중독도 포함돼야 한다”고 CCTV에 말했다.
중국 당국은 내용에 대한 규제 강화로 대응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22년 후반부터 2023년 초까지 약 2만5300개의 마이크로 드라마가 삭제됐다. 내용이 음란하고 저속하다는 이유에서다.
국가광전총국은 지난달에는 “중국 기업인의 이미지를 훼손한다”며 패총(霸总·최고경영자)이라는 단어를 제목에서 사용하지 말도록 했으며 노력 없이 성공하거나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려는 잘못된 삶의 가치관을 조장하는 내용은 엄격하게 배제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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