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시대와 기술의 변화는 언제나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냈다. 소설이나 만화 역시 전통적인 지면(紙面)의 형태에서 웹(web)용 '웹소설'이나 '웹툰'으로 변화돼 막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웹소설이나 웹툰은 단순히 소설이나 만화가 연재되는 공간이 웹으로 이동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같은 소설, 만화라는 기본적인 특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연재되는 공간(화면을 통한 콘텐츠 소비 등)과 소비자의 변화(이동시간 등 훨씬 짧은 시간의 콘텐츠 이용 등)와 같은 전혀 다른 특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웹소설이나 웹툰 등의 고유한 특성은 법적으로도 여러 논의가 필요한 쟁점을 제공한다.
이는 콘텐츠의 창작성 인정 요건과도 관련되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웹소설'의 창작성 인정 요건에 대해서 최근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을 선고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4. 21. 선고 2019가합588425 판결) 이 판결은 유사한 웹소설 간의 저작권 침해 등이 문제된 사안이었다. 법원은 어문저작물(웹소설은 여기에 해당한다)의 저작권 침해 여부 판단에 있어서 실질적 유사성의 인정 요건 등에 관한 일반적인 법리를 설시하는 한편, 웹소설의 특성에 비추어 본 아이디어와 창작성 있는 표현의 구분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법원은 "웹소설은 ▲웹사이트에서 공개되고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되기 때문에, 작가들의 진입장벽이 낮아 대량의 작품이 출간되고 독자들의 접근도 용이하다는 점 ▲웹사이트라는 플랫폼의 특성상 댓글, 별점, 실시간 인기순위 등 지표를 통하여 독자와 작가 간 상호작용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는 점 ▲모바일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고려해 연재 단위의 분량이 짧고 그에 맞춰 상대적으로 연재 주기도 빈번하다는 점 등의 매체적 특성을 지닌다. 웹소설은 특정 모티프(motif)에 기반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클리셰(cliche)의 집합체에 의해 일정 장르로 분류되고, 그와 같은 장르에 따라 '○○물'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경향이 있다"고 봤다.
덧붙여서 "앞서 살펴본 웹소설의 매체적 특성에 비추어 '○○물'에 따른 장르 개념은 독자들에게 대량으로 출간되는 작품들 중에서 자신의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는 데 편의를 제공하고, 작가들에게 제한된 분량 내에서 빠른 전개를 가능하게 하면서도 친숙한 클리셰를 통해 용이하게 작품이 공감ㆍ소비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웹소설 작가 및 콘텐츠 공급자도 '○○물'에 따른 장르 개념에서 비롯되는 설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작품을 기획ㆍ창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서 "결국 웹소설은 특정 모티프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인물ㆍ배경ㆍ사건ㆍ장면에 기초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되, 해당 장르에 내포된 전형적인 요소 중 일부를 변칙적으로 응용하거나(소위 '클리셰 비틀기') 다수의 장르 내지 모티프를 결합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창작이 이뤄지는바, 웹소설 간에 인물ㆍ배경ㆍ사건ㆍ장면이 유사한 부분이 발견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아이디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모티프 등을 다루는 데 있어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소재에 불과하다면 모티프와 무관한 소재가 유사한 경우에 비해 포괄적ㆍ비문언적 유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판시하면서 대상 저작물의 저작권 침해를 부정했다.
이처럼 같은 어문저작물이라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소설과 웹소설, 또한 앞으로 등장하게 될 새로운 형태의 어문저작물에 대해서는 조금씩 다른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 실무자들이 법률 전문가와의 상담 등을 통해서 자신이 운영하는 콘텐츠에 적합한 대응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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