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2 (일)

[르포]K치킨 대표 교촌, 이젠 K막걸리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00년 전통방식 살린 양조장 '발효공방1991'
영양군과 복합 플랫폼 조성 추진…"지역 상생"


비즈워치

지난 18일 경북 영양군 발효공방1991 외관 /사진=김지우 기자 zuzu@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북 영양=김지우 기자] 교촌에프앤비가 막걸리를 시작으로 프리미엄 발효 사업 키우기에 나선다. 경북 영양군과 함께 발효 복합 플랫폼을 조성해 사업 다각화와 지역 상생을 동시에 도모하겠다는 목표다.

100년 전통 방식 양조장

지난 18일 경상북도 영양군, 고즈넉한 기와집 모양의 한 카페. 메뉴판에는 막푸치노, 막걸리 타르트, 막걸리 푸딩 등 막걸리가 든 메뉴들이 눈길을 끈다. 이 메뉴들은 카페 뒷편에 있는 양조장과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양조장은 지난해 12월 개소한 교촌에프앤비의 '발효공방1991'이다. 현재 전통주인 '은하수 막걸리'와 고추장, 된장 등 장류를 제조하고 있다. 발효공방1991의 이름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발효공방'은 장인이 직접 정성을 담아 발효 제품을 만들어 내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1991'은 교촌치킨이 처음 문을 연 해다. 진심과 정성으로 담아 깊은 맛과 향을 제공한다는 교촌의 창업정신을 내포하고 있다.

비즈워치

발효공방1991이 만든 '감향주' /사진=교촌에프앤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교촌은 마시는 막걸리가 아닌 떠먹는 막걸리 형태의 '감향주'로 막걸리 사업을 시작했다. 여기엔 권원강 교촌 회장이 기여했다. 영양에 자전거 트래킹을 하러 들렀다가 우연히 방문한 음식점에서 주인장이 내온 감향주를 맛보고 그 맛에 반해, 만드는 법을 전수받기로 했다. 영양은 교촌치킨 소스 핵심 재료인 청양고추를 재배하는 지역 중 한 곳이기도 하다.

'감향주(甘香酒)는 '달고 향기로운 술'이라는 뜻이다. 찹쌀과 누룩을 사용해 만들고 물을 거의 넣지 않아 수저로 떠먹는 되직한 막걸리다. 쌀이 귀하던 시절 양반들만 먹을 수 있던 고급 막걸리였다. 1670년경 장계향 선생이 집필한 최초의 한글 요리서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에 소개돼 있을 만큼 명성 높은 제품이다. 교촌은 감향주를 이어가기 위해 1926년에 지어진 양조장의 원형을 최대한 복원해 양조장을 마련키로 했다.

월 5000병 한정판

발효공방1991은 담금실, 발효실, 병입실 등 세 곳으로 이뤄져 있다. 우선 담금실에서는 '증자(쌀을 쪄 효모가 자랄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주는 것)' 작업이 진행된다. 증자기에 쌀을 넣고 세미(세척) 작업을 거친 후, 쌀(침미)을 불린다. 증자기엔 약 100㎏의 쌀이 사용된다. 발효실로 이동해서는 '발효(익힌 쌀에 누룩을 입히고 알코올로 변화되는 과정)'를 거친다. 발효조 뚜껑을 열자 고소한 빵 냄새가 났다.

비즈워치

발효공방1991 발효조 내부 /사진=김지우 기자 zuzu@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발효된 막걸리는 '체별' 과정을 거친다. 발효가 끝난 술덧을 제성기로 옮겨 누룩 찌꺼기와 원주를 분리하는 작업이다. 체별이 끝난 원주(찌꺼기를 걸러낸 술)는 10℃에서 2~3일간 숙성을 시킨다. 이후 원하는 도수에 맞게 정제수로 제성(물을 타는 작업)을 한다. 은하수 막걸리는 6도와 8도 두 종류다. 8도가 6도보다 훨씬 걸쭉하다. 병입실로 넘겨진 막걸리는 병에 넣어 냉장 숙성한다. 네 개의 병입 호스를 통해 수작업으로 병입을 진행한다.

김명길 발효공방1991 양조사는 "100년 전통법을 바탕으로 청정지역 영양 쌀만을 사용해 쌀의 깊은 풍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며 "최고의 품질을 구현하기 위해 대량생산보다는 전통과 장인정신을 제품에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발효공방 1991의 규모는 수십만리터짜리의 발효탱크를 보유한 대형 막걸리 업체 공장에 비하면 턱없이 작다. 발효공방 1991의 발효조는 95ℓ짜리 5개와 520ℓ짜리 4개, 제성기(1604ℓ) 3개뿐이다. 양도 작지만 발효기간도 길다.

통상 대기업 막걸리 회사들이 일주일 정도 발효과정을 거친다면 은하수 막걸리는 고두밥과 누룩을 15일, 감향주는 30일을 발효한다. 이 때문에 교촌의 은하수 막걸리는 한 달에 약 5000병만 생산한다. 연 6만병, 양으로 치면 3만9000ℓ뿐이다.

비즈워치

발효공방1991 /사진=김지우 기자 zuzu@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두 말 하면 입 아픈 '상생'

교촌은 발효사업을 한층 더 키우기로 했다. 지난해 경북 영양군과 협약을 맺고 '발효감각 복합 플랫폼'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복합테마시설은 경북 영양군 일월면 주곡리 일원에 대지면적 6323㎡ 규모로 짓는다. 앞서 교촌은 국비 50억원을 비롯해 도비 10억원, 군비 40억원 등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총 100억원을 지원받았다. 완공 예정 시기는 오는 2026년이다.

교촌은 복합플랫폼이 완공되면 막걸리 생산 규모가 연간 40만ℓ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은하수 막걸리의 판로도 확대한다. 현재 판매 중인 현대백화점 일부 점포, 컬리, 발효공방1991 네이버스토어에 이어 기업형슈퍼마켓(SSM), 편의점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촌은 올해 2억원 안팎인 발효공방1991의 매출이 발효감각 복합 플랫폼 완공 후엔 10억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즈워치

발효공방1991 팻말 /사진=김지우 기자 zuzu@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역 상생에도 나선다. 교촌은 영양 지역 내에서 상품 제조에 필요한 원재료를 구매하고,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지역 산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복합플랫폼 부지의 60%를 프로그램 공간으로 조성한다. 국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발효 체험과 교육, 내부 시설 관람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영양의 주실마을 및 인접한 안동의 문화자원 등과 연계한 휴식형∙체류형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역 활성화에 나선다. 복합플랫폼이 완공되면 인구 1만9000여 명인 영양 지역에 3년 간 약 30만명의 인구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동훈 발효공방1991 대표는 "사업의 최종 목표는 상생을 통한 영양 지역 생활 인구 확대"라며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제품을 생산∙판매해 농산물 소비 촉진, 인력 고용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운용 이익은 고추 품종 개발과 농업기술 증진 등을 위해 지역에 환원해 지역경제 및 역동성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