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아티스트 스타일 '척척'…한국 화가 특색 못 살려
기관총·마약 이미지도 여과 없이 생성…"리터러시 교육·가이드라인 필요"
AI 챗봇 그록2 생성 이미지 |
(서울=연합뉴스) 김현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패스트푸드점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며 담소를 나눈다.
기자의 명령어를 받은 인공지능(AI) 챗봇 그록2(Grok-2)는 10초 만에 이같이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생성했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AI 기업 xAI는 지난 14일(현지시간) 그록2를 엑스(X·옛 트위터)에서 무료 제공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출시된 그록2는 엑스 프리미엄 이상 구독자만 이용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 무료 이용자도 2시간마다 최대 10개의 질문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배포된 그록2는 정확성과 다국어 기능이 이전 버전보다 개선됐다는 게 xAI의 설명이다. 다양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오로라(Aurora) 기능도 추가됐다.
그록2는 다소 엉뚱한 질문에도 명령어의 취지에 맞는 그림을 4장씩 만들었다. 일론 머스크가 언급한 대로 재미있는 '밈'(meme)에 특화된 이미지 생성기로의 면모를 발휘하는 듯했다.
AI 챗봇 그록2 생성 이미지 |
날개를 단 고양이가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가상화폐 도지코인 마크가 붙은 우주 비행복을 입은 일론 머스크가 화성에 도착해 방긋 웃는 등 비현실적인 상상이 구현되는 게 흥미로웠다.
다만, 인물 생김새 등 세부적으로 아쉬운 점도 있었다.
트럼프와 김정은 특유의 헤어스타일은 잘 구현했지만, 유심히 보면 다른 사람이 변장한 듯 외모가 어색한 이미지도 있었다. 화성에 있는 일론 머스크가 헬멧을 쓰지 않은 점도 '디테일'이 떨어졌다.
한국 문화에 대한 배경지식도 부족했다.
2100년 서울의 모습을 해외·한국 화가 스타일로 각각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의 팝 아트 미술가인 '앤디 워홀' 스타일의 이미지는 다양한 색채로 빛나는 도시의 마천루가 펼쳐지며, 작가의 다른 그림과 유사함을 보였다.
그록2가 앤디 워홀·반 고흐 스타일로 표현한 서울 |
그러나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화백,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등 한국 화가 스타일로 요청한 그림은 강렬한 색채가 인상적일 뿐 작가별 특징을 충실히 담아내진 못했다.
추상적인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에 네덜란드의 화가 '반 고흐' 스타일의 그림을 요청했다.
그러자 흐물흐물한 하늘을 통해 반 고흐의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에'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내놓았다.
그록2가 김환기·박서보 화백 스타일로 표현한 서울 |
의도에 맞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질문을 구체화하는 게 중요했다.
'한강 채식주의자 이미지 그려줘'라고 입력했더니 강변에서 채식을 하는 사람 이미지가 생성됐다. 반면, '소설가 한강의 대표 소설 채식주의자에 나오는 장면을 나타내줘'라고 물으니 작품 느낌에 부합하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이처럼 이미지를 자유롭게 생성할 수 있는 그록2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이미지를 만들라는 요청을 어김없이 수락하며 논란이 돼왔다.
사람을 해치거나 혐오감을 불러낼 수 있는 이미지를 생성해달라는 요청을 하자 그록2는 이미지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며 일부 자정 기능을 발휘하는 듯했다.
그러나 유명인이 학교에서 기관총을 들고 있거나 나치식 경례를 하는 이미지, 미성년자가 마약을 들고 있는 모습 등은 여과 없이 생성됐다.
기관총과 마약을 든 인물을 표현한 그록2 생성 이미지 |
그록2에게 이미지 생성을 제한하는 경우를 묻자 폭력·성적인 내용·혐오 발언 등 부적절한 콘텐츠, 저작권 침해, 개인정보 보호, 정치적 중립성 등이라고 답했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동시에 부적절한 콘텐츠를 제한하는 것은 여전히 기준이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2년 트위터를 인수한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다양한 신념이 건강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는 광장"을 언급한 바 있다.
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을 역임한 최경진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는 "AI는 활용 범위가 넓어 편익과 부작용을 한 마디로 비교하긴 어렵다"며 "(AI 기능을) 오남용하지 않도록 리터러시 교육과 홍보, 건전한 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hyuns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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