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0 (금)

‘윤 임명’ 박선영 진화위원장, 계엄 의견 글 “내려라” 지시 논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17일 오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전체위원회에서 박선영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내부망 게시판에 오른 비상계엄 관련 야당 추천 위원들의 의견문을 내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위원장은 ‘12·3 내란 사태’ 직후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



20일 이상희 진실화해위 위원(비상임,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과 내부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 위원은 지난 17일 진실화해위 내부망에 사무처장을 통해 다른 직원 명의로 ’12·3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에 위반되며 현대 입헌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인권침해라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이에 대해 위원님들이 의견을 모아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라는 내용의 의견 글을 올렸다. 이 위원 제안으로 야당 추천 위원들이 뜻을 모은 글이었다. 해당 게시 글 앞에는 “4인 위원(이상훈, 오동석, 이상희, 허상수)께서 위원 카톡방에서 공식 제안하셨고, 위원회 직원들도 볼 수 있도록 게시를 요청하신 사안입니다. 사무처장님 지시로 게시합니다”라고 적혀있다. 비상임위원은 내부망 접근 권한이 없는만큼 사무처를 통해 글을 게시한 것이다.



하지만 글이 오르고 3일 뒤인 20일 오후 박선영 위원장이 송상교 사무처장에게 ‘게시판은 내부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올리는 공간인데 왜 처장이 위원장 허락없이 글 게시를 지시했느냐’면서 글을 내리도록 했다는 게 진실화해위 내부 직원들 설명이다.



한겨레

17일 오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전체위원회에서 이상희 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제의 게시글은 17일 전체위에서 이 위원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진실화해위 차원의 입장문이 필요하다며 발언한 것과 동일한 내용이다. 당시 여당 추천 위원들은 이에 대해 위원회 차원의 입장문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고, 내란을 정당화하고 계엄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야당 추천 위원들은 박선영 위원장이 비상계엄에 대한 입장과, 자신을 반대하는 유족과 시민을 내란행위자로 묘사한 페이스북 글에 대한 사과 요구에 답하지 않자 “피해자를 내란 행위자로 규정하는 위원장 밑에서 회의 참석을 못 하겠다. 피해자한테 사과하라”면서 모두 퇴장했다.



이상희 위원은 20일 오후 사무처 직원 보호를 위해 일단 글을 내리게 하고 이상훈 상임위원을 통해서 다시 내부망에 글을 올린 상태라고 밝혔다. 다시 올리는 글에는 취지를 밝히는 기존 안내문에 더해 “12. 17자로 게시가 되었는데, 느닷없이 삭제 처리가 되어 동일한 내용으로 직접 공유드린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이상희 위원은 20일 한겨레에 “글을 내리라고 한 이유가 명확치 않다. 제가 비상임위원이기 때문인지, 본인 허락을 받지 않았다는 것 때문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비상임위원은 상근직이 아닐뿐 엄연히 법률에 의해 위원회의 구성원이다. 또한 위원장은 사무처장이 내부망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마다 본인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글을 내리라고 지시한 경위를 묻는 한겨레 문자메시지에 답하지 않았다.



다음은 진실화해위 게시판에 다시 올라온 해당 글 전문





4인 위원(이상훈, 오동석, 이상희, 허상수) 의견을 재게시합니다.





저를 포함한 4인 위원(이상훈, 오동석, 이상희, 허상수)이 위원 카톡방에서 공식 제안한 내용인데, 위원회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위원회 직원분들도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다고 판단해서 자유게시판에 대신 게시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12. 17.자로 게시가 되었는데, 느닷없이 삭제 처리가 되어 동일한 내용으로 직접 공유합니다.





1. 지난 12월3일 대한민국에서 헌법의 근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공포와 분노를 느낀 이유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국가긴급권을 체제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시민들을 억압하는 도구로 삼았던 아픈 역사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2. 진실화해위원회는 1기와 2기를 거치며 공권력의 중대한 인권침해 사례인 국가긴급권의 남용과 그 폭력적 성격에 대한 진실을 밝혀 왔습니다. 제1기 진실화해위원회는 박정희 정부의 긴급조치에 대하여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현대 입헌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공권력 행사로 중대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진실규명을 하였습니다.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 또한 1964년 6월 3일의 계엄포고령 제1호, 1972년 10월 17일의 계엄포고령 제1호, 1979년 10월 27일의 계엄포고 제1호 등이 군사적 필요성과는 무관하게 발령되었으며, 그 내용이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배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3. 진실화해위원회는 재발 방지를 위한 권고를 제시했고 과거사정리법은 ‘국민화해와 통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국가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폭력을 가능케 했던 부당한 제도를 개혁하고 국민 간의 화해와 통합을 이루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은 스웨덴 한림원 강연에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하는 순간들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비상임위원으로서, 저는 수많은 피해자들의 고통과 희생을 담은 사건 기록들을 접하며, 그들의 희생 덕분에 우리가 지금 인권과 평화, 민주주의의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인권침해 방지와 재발 방지를 위한 권고의 실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였습니다.





4. 이러한 상황에서, 진실화해위원회는 12.3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에 위반되며 현대 입헌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인권침해라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바로 진실화해위원회의 존재 이유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일 것입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합의제기구입니다. 위원님들이 의견을 모아 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