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디지털 채찍'으로 의원 움직여"
"영향력 강화에 이해 충돌 문제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지난달 텍사스주 보카치아의 스페이스X 기지에서 우주선 시험비행을 보고 있다. 보카치아=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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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실세'를 넘어 대통령에 준하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의한 예산안이 머스크의 반대를 시작으로 파기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외신은 머스크를 '그림자 대통령' '공동 대통령'에 빗대면서 머스크의 정부 내 영향력이 커질수록 이해충돌 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21일 0시부터 미 연방정부 멈추나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이날 공화당 주도로 하원에 상정된 임시 예산안이 찬성 174표, 반대 235표로 부결됐다"며 "20일 전까지 임시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21일 0시부터는 연방정부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된다"고 전했다.
당초 민주당과 공화당은 지난 17일 임시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 기존 임시 예산안의 시한이 이달 20일 만료되는 만큼 그전까지 새 예산안을 통과시켜 연방정부 셧다운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예산안 통과 없이 지출이 불가능한 연방정부는 예산 시한이 만료되면 국방, 치안 등 필수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업무를 중단하는 셧다운에 들어간다.
'디지털 채찍' 사용하는 그림자 대통령
하지만 판도는 18일 새벽 뒤집혔다. 머스크가 자신의 엑스(X)에 올린 게시물이 기점이었다. 머스크는 "예산안에 찬성하는 의원은 2년 내에 퇴출돼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이후 약 150개의 관련 게시물을 쉴 새 없이 올렸다.
정작 대통령 자리에 오를 트럼프 당선자의 공식 입장은 머스크가 실컷 여론몰이를 한 후 나왔다. 그 역시 "민주당에 거저 주지 않는, 군더더기 없는 예산안이 필요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결국 공화당 지도부는 수정된 예산안을 작성해 표결에 부쳤으나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하원의원 38명까지 가세하면서 수정안이 부결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월 당시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선거운동에서 연단에 나와 발언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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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은 예산안 부결 과정에서 머스크가 대통령에 준하는 정치적 영향력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NYT는 머스크를 '그림자 대통령'에 빗대면서 "머스크가 하원의원들에게 디지털 채찍을 휘둘러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고 평가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한발 더 나가 머스크를 '공동 대통령'으로 표현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소수 지도자 권력 독점 방식인) 과두제처럼 운영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심지어 마저리 테일러 그린 등 몇몇 공화당 하원의원은 머스크를 하원의장으로 추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은 하원의장이 반드시 의원일 필요는 없다.
"정치 영향력으로 사업 이익 추구" 우려도
머스크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맥스웰 프로스트 민주당 하원의원은 "공화당이 선출되지도 않은 억만장자를 대통령으로 추대했다"고 날을 세웠다. 테슬라를 비롯해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는 머스크는 트럼프 2기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기로 했지만 이해충돌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WP는 "머스크가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해 자신과 회사를 부유하게 만들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공조 지속 여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 당선자가 자신보다 돋보이는 참모를 내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일례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측근으로 주목받던 스티브 배넌이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돌연 사임한 적이 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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