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현대차 주총 불참 또는 중립투표시 과반 확보
MBK에 연일 맹공 고려아연…주총 파행 '빌드업' 관측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임시주주총회 의결권 기준일이 지난 가운데 사실상 표대결 승부의 추는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MBK파트너스가 지분을 추가 확보하면서 과반에 근접한 의결권을 가지게 됐다. 일반적으로 모든 주주들이 주총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반에 더욱 가까워진 셈이다.
다만 중립지대에 있는 주요주주들의 주총 참석 여부, 중립 또는 기권 여부에 따라 최종 결과에 일부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임시주총 표대결에서 승기를 잡기 어려운 고려아연이 MBK에 대한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하는 가운데 주총 자체가 파행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마지막 변수로 지목된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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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9일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고려아연 주식 23만4451주(발행주식총수의 1.13%)를 추가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내달 23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18일까지 주식을 매수해야했는데 MBK는 마지막까지 지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 셈이다. MBK-영풍 의결권 46.71%…최윤범 회장 측 최대 39.17%
지분 추가 확보로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40.97%로 늘어났다. 자사주를 제외한 의결권 기준으로는 46.71%로 과반에 가까워졌다.
임시주총의 핵심 안건인 MBK측 이사선임건은 보통결의 사항으로 주총 참석주식의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전체 주식수가 아닌, 주총 참석 주식수를 기준으로 과반을 정하므로 주총 불참 주식을 고려하면 의결권은 50%에 더욱 근접해진다. 예컨대 고려아연 임시주총에 주주 5%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MBK·영풍 의결권은 49.17%로 높아진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도 지분을 늘리고 있지만 MBK·영풍 연합에는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유미개발, 영풍정밀, 해주최씨종중을 통해 지분을 사고 베인캐피탈도 추가 지분을 확보했으나, 우호지분으로 분류해온 한국투자증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이 지분을 팔면서다.
현재 최윤범 회장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17.5%, 의결권 기준으로는 19.96%다. 주요주주인 현대차, 한화, LG화학, 트라피구라, 모건스탠리, 조선내화 등이 모두 최 회장측을 지지한다고 가정해도 최대 34.35%, 의결권 기준으로는 39.17%다. MBK·영풍과 약 7.54%포인트 격차다.
문제는 우호세력으로 분류해온 주요주주들이 전부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줄지도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우호세력의 이탈이 발생한데다 주총장에서도 중립 혹은 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차 측 고려아연 사외이사는 이사회에 연거푸 불참하면서 경영권분쟁 상황에서 거리를 두는 행보를 유지해왔다.
국민연금의 지분 축소도 감안해야한다. 3분기 분기보고서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의결권 기준 8.53%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 기준일 이전부터 시세차익을 위한 주식 매도에 들어갔던 점을 감안하면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현 지분율은 5% 미만일 것으로 본다.국민연금·현대차 '중립투표'시 MBK 과반 확보
만약 현대차나 국민연금이 임시주총에서 중립 의견을 낸다면 MBK·영풍이 더욱 유리해진다. '그림자투표'(shadow voting)로 부르는 중립투표는 찬성과 반대 비율대로 표를 나눠서 반영한다.
MBK·영풍이 보유한 의결권은 46.71%(이사선임 찬성), 최윤범 회장 측은 최대 39.17%(이사선임 반대)인 상황에서 이 비율대로 찬성, 반대표를 나눠가지므로 중립투표가 많을수록 MBK 측이 과반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다만 중립이 아닌 기권을 행사한다면 상황은 미묘하게 달라진다. 주총에 참석은 해도 표를 행사하지 않는 것이어서 찬성, 반대 어느쪽에도 포함하지 않는다. 이 경우 MBK·영풍은 의결권을 가장 많이 가진 최대주주이지만 자력으로는 과반을 넘길 수 없어 다른 주주의 지원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아직 표심이 드러나지 않은 주요주주들이 주총에 불참 또는 중립투표시 MBK·영풍에 유리하고, 참석후 기권하면 결과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여러 변수가 있지만 확실한 것은 MBK·영풍이 더 많은 의결권을 확보했고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표대결로는 사실상 승부의 추가 많이 기운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MBK를 향한 각종 의혹을 꾸준히 제기하는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고려아연 측은 19일 MBK의 지분 추가확보 관련 입장을 통해 "시장교란과 시세조종, 사기적 부정거래 등 온갖 위법 행위로 시장과 주주, 투자자들을 기만하고 호도해왔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며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이 중국을 비롯해 대부분이 해외 자본으로 구성된 투기적 약탈자본이자 회장과 대표업무집행자, 주요주주 등이 모두 외국인으로 알려진 MBK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의 이러한 입장이 주총 파행까지 염두에 둔 '빌드업'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고려아연은 MBK가 비밀유지계약(NDA)을 위반하고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는 것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한다거나, MBK가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산업기술보호법상 외국인 조항에 저촉될 수 있다는 점을 연일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앞서 고려아연은 임시주총 소집과 관련 법적 공방이 결론나기 전에 자진해서 임시주총 소집을 결정했다. 이는 법원 결정으로 주총이 열릴 경우 주총 의장을 MBK·영풍 연합이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의장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최윤범 회장이 의장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주총을 개최하는 것이 의사진행에 유리하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MBK의 의결권 사용을 제한하는 방식 등을 통해 주총 자체를 법적 공방으로 몰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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