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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시들어가는 한국 청년…아낌없이 기회를 주자 [정지우의 밀레니얼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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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의 매일경제 연재를 마치며


매일경제

한 취업박람회장이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로 가득 차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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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매일경제로부터 연재를 제안받았던 여름, 나는 로스쿨 3학년생이었다. 로스쿨 3학년의 여름이라고 하면, 내 인생에서는 가장 마음이 절박한 때였다. 변호사시험을 앞두고 공부에만 집중하기에도 절실한 때였지만, 집안 문제와 이사 문제, 육아 문제와 돈 문제 등이 얽혀서 과연 이 개인적인 난국을 내가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여차저차 버티고 있을 무렵, 매일경제 오피니언부로부터 연재 제안을 받았다.

아마 전국을 뒤져봐도 로스쿨 3학년생이 신문 칼럼 연재를 시작한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당시 값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이야 꽤 여러 지면에 글을 쓰느라고 바쁘기도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고정적으로 글을 싣는 지면이 거의 없었다. 나로서는 많은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 중고책 팔아가며 학비에 보태던 시절이라 원고료도 무척 감사하게 느껴졌다.

특히, 나에게는 일종의 사명감도 없지 않았다. 내가 제안받은 건 ‘밀레니얼 세대’의 관점에서 글을 써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를 출간하며 우리 세대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데 의무감 같은 걸 갖고 있었다. 얼마나 청년 세대가 절박한지, 얼마나 청년 세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지, 같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다는 게 참으로 중요한 기회로 느꼈다. 지난 5년간, 그런 이야기를 충분히 풀어낼 수 있었다.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내가 처음 <청춘인문학>을 출간하며 청년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지도 10년이 넘었지만, ‘청년 문제’는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청년들은 해가 갈수록 더 깊은 절망이나 냉소를 마주하고 있다. 전 인류 역사를 통틀어 모든 문명권에서 사회의 미래가 ‘청년’에게 있었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청년들은 무기력, 상대적 박탈감, 희망이 없다는 느낌, 번아웃, 각종 혐오와 갈등 속에서 시들어가고 있다.

최근 시국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우리 나라 상황은 더 불투명해지고 있다. 환율 폭등이 감지되고, 무너져가던 내수 경제는 더 어려워질 것이 예상된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한국을 탈출할 것인가가 최대의 화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만히 두면 원화 가치가 하락한다는 공포 때문에 모으던 적금도 깨고 우왕좌왕하며 미국 주식으로 몰려가기도 한다.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창 ‘밀레니얼’ 청년이자 학생이었던 2020년 당시, 매일경제의 연재 제안은 내게 일종의 희망이 되었다. 청년들에게는 목소리를 낼 창구가 언제나 필요하고, 새로운 기회들이 메마른 가뭄의 단비처럼 쏟아져야 한다. 저점매수하듯이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 사회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그들만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불장’으로 만들 수 있다.

매일경제

정지우 문화평론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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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을 ‘언어는 실’이라는 이야기로 마무리했다. 언어는 실이고, 글쓰기는 그 실을 엮어내며, 자신의 몸과 세상을, 자신과 타인을,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었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고립되어 있던 수험생 시절, 나도 글쓰기를 통해, 또 매일경제 주말칼럼을 통해 참으로 많은 이들을 만났다. 북토크나 강연장에 갈 때면, 매일경제 칼럼을 잘 읽고 있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었다. 오래 전의 동기동창이 칼럼을 읽고 연락을 주기도 했다.

앞으로도 매일경제가 우리 사회의 중요하고도 값진 이야기들을 담아, 많은 사람들을 연결해주기를 바라본다. 특히, 청년이라는 실을 실타래에서 풀어내어 바늘구멍으로 나아갈 수 있는 목소리들을 많이 담아주었으면 한다. 가치 있고 소중한 연결들이 이 지면을 통해 풍성하게 피어오르길 기대해본다. 이곳을 통해 만나왔던 그간의 모든 인연에 감사드린다.

문화평론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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