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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트럼프 또 돈줄 끊을까"… 떨고 있는 W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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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후 변화와 전쟁 같은 글로벌 이슈들과 자금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국제 기구를 불신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최대 재정 기여국인 미국의 지원 중단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1기 행정부 당시 WHO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탈퇴까지 감행한 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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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의 세계보건기구(WHO) 본부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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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국제 보건 기구들이 기후 변화와 전쟁 등 다른 이슈와 자금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기여국의 지원 예산도 이미 삭감됐다”면서 “보건 기구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의 기여금을 대폭 줄일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WHO를 포함한 국제 보건 기구에 전체 기여금의 절반 이상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국가들의 기여금을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다.

국제 보건 기구들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고소득 국가들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창궐한 뎅기열이 확산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5N1) 중증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또 콜레라와 홍역으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국제 보건 기구들은 어린이 백신 접종 및 팬데믹 예방 프로그램도 운영해야 한다.

각 보건 기구들이 필요로 하는 자금은 최소 수십억 달러에 이른다. WHO는 70억달러(약 10조원) 모금을 목표로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새 자금원을 확보했음에도 현재까지 약 38억 달러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현재 미국은 WHO 연간 예산의 약 5분의 1을 지원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이 WHO를 재차 탈퇴하면, 이 기구를 지탱하던 자금 지원은 사라지게 된다.

이외에도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은 90억 달러(약 13조 원), 코로나19 이후 팬데믹 확산에 대비해 설립된 ‘팬데믹 펀드’는 20억 달러(약 3조 원)의 자금 마련이 필요하다. 세계은행 산하 국제개발협회(IDA)도 개발도상국 의료 지원을 위해 300억 달러(약 43조 원)를 요구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염병이 국경을 초월하는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상호 안보 차원에서 보건 기금을 지원해왔지만,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미국의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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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6일(현지 시각)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연설 중이다.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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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보건 기구들이 우려하는 이유는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전례 때문이다. 트럼프는 2020년 2월 코로나19 확산 직후 WHO가 “중국 편을 든다”는 이유로 지원금 5억 달러(약 7250억 원)를 일시 중단했고, 이후에도 WHO와 대립하다 정권 말기에 WHO를 탈퇴했다. 그는 에이즈 바이러스(HIV) 치료를 지원하는 ‘에이즈 퇴치를 위한 대통령 비상계획(PEPFAR)’의 미국 지원금 삭감도 추진한 바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국제 보건 기구 지원 중단을 막아주던 미 의회의 초당적 합의마저 이제 사라졌다. 과거 의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 보건 기구 원조 삭감 제안을 승인하지 않았지만, 초당적 합의가 무너지면서 지난해에는 PEPFAR 원조 재승인 기간이 기존 5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팬데믹 예방 프로그램 운영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NYT는 국제 보건 기구들의 자금난이 심화될 경우, 원조 대상을 줄여 가장 도움이 시급한 국가에만 지원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예산 삭감이 개발도상국들의 막대한 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실제 아프리카 국가들은 올해에만 국제 보건 기구 전체 예산을 훨씬 초과하는 740억 달러(약 107조 원)의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에티오피아는 보건 예산으로 1인당 8달러를, 부채 상환 예산으로 1인당 25달러를 책정한 상황이다.

아닐 소니 WHO 재단 사무총장은 “오늘날 기금을 모으는 일은 생명을 구하는 조직조차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grap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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