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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통합한 이후 우리나라 항공 산업에서 가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는 항공 MRO다. 정비(Maintenance), 수리(Repair), 오버홀(Overhaul)의 앞글자를 딴 MRO는 항공기 건강과 승객 안전에 직결되는 중요한 분야다.
항공사는 안전한 운항을 위해 이륙 전, 착륙 이후 항공기 상태를 수시로 점검한다. 정해진 주기에 따라 수만 개에 달하는 각종 부품과 엔진을 검사한다. 통합 이후에는 양사 항공기 정비를 대한항공에서 자체적으로 소화할 예정이다. 규모가 커지는 만큼 MRO 분야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현재 대한항공의 정비 역량으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기종을 대부분 정비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에만 있던 에어버스 A350도 대한항공이 도입 중에 있으며, 전담 정비팀도 구성했다. 항공기 정비의 핵심인 엔진 정비 수용력을 높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인천 운북지구에 ‘신(新) 엔진 정비 공장’도 짓는 중이다.
양사 통합 이후에는 항공기 대수만 230대에 달하는데, 이를 고려해 과거보다 효율적인 정비를 할 수 있는 기법도 국내 항공사 최초로 개발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결함이 생길 것 같은 부품을 미리 손보는 예지정비 분야다. 또한 자체 개발한 무인 드론 기술을 항공기 동체 외관 점검에 적용해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정비가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인수한 이후부터 정비 부문 인력 교류를 시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55년 넘게 축적해 온 정비 노하우를 공유하고 직원들 간 원활한 소통을 돕기 위해서다. 대한항공은 통합 직후에도 빈틈없는 정비를 수행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업계 최고 대한항공 정비 역량… 예지정비로 통합 이후에도 안전 운항 ‘굳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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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기종을 모두 다룰 수 있는 정비 역량을 이미 갖췄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버스 A350-900 15대, A330-300 15대, A321-200 12대, A321neo 10대, 보잉 777-200 9대 등 여객기 총 68대를 보유(2024년 11월 기준)하고 있다. 대부분 대한항공에서 정비한 경험이 있는 기종들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장거리 주력인 에어버스 A350의 경우에는 대한항공이 조만간 첫 기재를 도입한다. A350-900과 A350-1000 등 A350 계열 항공기 총 33대를 운용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6월 현장 정비사와 관련 부문 고경력자들을 위주로 정비 전담반을 꾸렸다. 전담반에서 A350 기체와 정비 매뉴얼 등을 사전 검토했으며, 도입 후에는 본격적인 정비를 담당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에어버스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안정적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A350에 특화된 기종 교육 과정도 3차례 진행했다. 기종 교육은 항공기 운용에 필요한 전문 지식과 경험을 기르기 위해 정비사들이 필수로 받아야 하는 과정이다. 항공기의 전반적인 구조와 전기·기계장치, 엔진 등 이론을 학습하고 관련 내용을 실제 항공기에서 실습한다. 대한항공이 진행한 기종 교육은 에어버스 항공기 감항당국인 유럽항공안전청(EASA)으로부터 승인받은 교육 과정이다. 2025년 이후에는 대한항공이 교육 과정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A350 정비사를 지속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통합 이후 항공기 대수가 대폭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안전과 효율을 동시에 잡는 정비 기법도 개발하고 있다. 항공기 건강 상태를 빅데이터를 활용해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실제 고장이 나기 전 미리 조치하는 ‘예지정비(Predictive Maintenance)’다. 항공기 엔진·부품 결함이 뒤늦게 발견되면 지연 운항이나 결항·회항으로 이어지기 쉽다. 예지정비는 이 같은 비정상 상황이 발생하는 가능성을 낮춰준다. 해외에서도 델타항공과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등 주요 항공사들이 예지정비를 도입했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은 세계 최초로 무인 드론 자율군집 기술을 항공기 외관 점검에 적용한 ‘인스펙션 드론’을 개발해 수년 내 상용화할 예정이다. 기존보다 점검 정확도를 높이고 소요 시간도 60% 단축할 수 있다.
정비의 꽃 ‘엔진 정비’… 새 공장 짓고 롤스로이스 엔진 정비 라이선스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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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엔진과 부품 정비를 항공기 정비의 핵심으로 간주한다. 특히 항공기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엔진 정비는 2024년 전 세계 민간 항공운송 MRO 시장 점유율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공기 엔진은 내부 구조와 정비 절차가 복잡하다. 풍부한 정비 경험과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에서 항공기 엔진의 기초 정비부터 중정비까지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항공사는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엔진을 완전히 분해해 세척한 뒤 다시 조립해 출고 당시의 성능으로 구현하는 ‘오버홀(Overhaul)’ 기술도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대한항공만 수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를 대비해 엔진 정비를 포함한 MRO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인천국제공항 근처 운북지구에 신(新) 엔진 정비 공장을 건설 중이다. 연면적 약 14만 200제곱미터(㎡)로 축구장 20개를 합친 규모다. 대한항공이 2016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민간 항공기 엔진 시험 시설(Engine Test Cell·ETC) 바로 옆이다. 기존 시설·인력과 시너지 효과를 내 대한항공의 높은 운항 품질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항공기 엔진 제조사의 정비 권한도 추가로 획득하고 있다. 항공기 엔진을 정비하려면 각 엔진 제조사로부터 정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 대한항공은 현재 CFM인터내셔널(CFMI)과 제너럴일렉트릭(GE), 프랫앤휘트니(PW)의 엔진을 정비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롤스로이스(RR) 엔진 운용과 정비 관련 권한을 얻기 위해 엔진 제작사와 협의를 이어나가고 있다. 대한항공이 도입한 A350 기종에 장착된 RR의 트렌트 엑스트라 와이드 바디(Trent XWB) 엔진을 정비하기 위해서다. A350은 아시아나항공이 가장 많이 보유한 기종이기도 한 만큼 대한항공의 RR 엔진 정비 라이선스 취득 추진은 통합 이후를 고려한 조치로도 볼 수 있다.
통합 대한항공 체제에서는 현재 아시아나항공 소속인 항공기 수십 대도 대한항공이 정비하게 된다. 통합 이후 대한항공에서 소화하는 정비 물량이 늘어날 경우 해외 MRO 업체에 흘러들어갔던 외화 유출을 줄이고 우리나라 항공 MRO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미 아시아나항공은 20년 넘게 해외 MRO 업체에 의존했던 항공기 엔진 정비 일부를 대한항공에 위탁하고 있다. 2021년 5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PW4090 엔진 22대에 대한 정비 계약을 체결한 것. 당시 환율로 2억 6000만 달러 규모였고, 국내 항공사간 최대 규모의 정비 계약으로 업계의 이목을 끈 바 있다.
통합 이후에도 항공업계 MRO 선도… 안전 운항·승객 신뢰와 직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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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통합 이후 MRO 사업을 확장하는 데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통합 대한항공이 국내 항공사는 물론 해외에서도 MRO 사업을 수주해 외화를 벌어올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미 델타항공과 남방항공 등 해외 항공사의 엔진 정비를 일부 수행하고 있는데, 타 항공사로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시장 분석 기업 스태티스타(Statista)는 2024년 11월 보고서에서 2034년까지 전 세계 민간 항공기 보유량이 3만 4,000대가 넘을 것으로 예상했고, 이에 따른 전 세계 항공기 MRO의 시장 규모 가치도 약 1,240억 달러(17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대한항공은 통합 항공사 출범 이후에도 MRO 관련 조직을 분사하지 않고 본사에 둔다는 기조를 유지한다. 높은 운항 품질과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긴급성을 요하는 정비 작업을 적시에 수행하는 등 다른 부문과 시너지를 발휘하기에도 이 같은 조직 운영 방식이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대한항공은 업계 최고 수준의 MRO 역량을 강화해 중장기적으로 국내 MRO 산업 발전과 신규 고용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 이후 자체 정비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정비 기술과 시설 등 제반 정비 능력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엔진과 부품 정비 같은 고효율·고부가가치 사업 분야를 확장해 해외로 유출되는 MRO 물량을 국내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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