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도 ‘해외 주식형’ 쏠림…벌써 순자산 50조원
국내 증시가 최근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며 개인 투자자 자금이 해외 주식으로 몰리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미 순자산총액 기준(레버리지 상품 포함)으로 해외 주식형 ETF가 국내 주식형 ETF를 넘어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해제와 이로 인해 벌어진 탄핵 정국 등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해외 ETF 선호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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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산총액도 수익률도
해외 주식형이 국내 압도
ETF는 크게 추종하는 분야에 따라 주식형과 채권형, 원자재 등으로 나뉜다. 이 중 국내 ETF 투자자 자금이 몰리는 쪽은 주식형이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12월 11일 기준 주식형 ETF 순자산총액은 95조3025억원에 달한다. 전체 ETF 순자산총액(170조4855억원) 중 55.9% 수준이다.
주식형 ETF는 추종하는 기초 시장에 따라 ‘국내 주식형’과 ‘해외 주식형’으로 구분된다. 쉽게 말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기초 지수로 삼을 경우 국내 주식형 ETF, 반대로 미국 나스닥 등 해외 상장 주식을 따르면 해외 주식형 ETF다. 지금까지는 상대적으로 친숙한 국내 주식형 ETF 수요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소위 말하는 국장(국내 증시) 이탈 흐름이 ETF까지 번지며 해외 주식형 ETF 수요가 급증세다. 어느새 순자산총액도 해외 주식형 ETF가 국내 주식형 ETF를 앞섰다. 12월 11일 기준 해외 주식형 ETF 순자산총액은 50조9522억원이다. 국내 주식형 ETF 순자산총액(43조7218억원)보다 7조원 이상 규모가 크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ETF 순자산총액(22조6479억원), 국내 주식형 ETF 순자산총액(44조3958억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해외 주식형 ETF로 투자자 자금이 몰린 이유는 단순하다. 수익률 때문이다. 12월 11일, 레버리지 상품을 포함한 최근 1년 기준 해외 주식형 ETF 수익률은 22.6%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ETF 수익률은 -2.6%라는 점을 고려하면 차이가 크다.
증권업계는 해외 주식형 ETF 쏠림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해외 주식형 ETF 대부분은 미국 증시를 추종하는데, 미국 증시는 그 어느 때보다 활황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의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로 기대감이 증폭된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경제 공약 키워드는 ‘새로운 미국 산업주의’다. 그중 핵심은 법인세율 인하다. 트럼프 1기(2017~2021년)와 유사한 정책이다. 당시 트럼프 정부는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췄다. 트럼프 당선인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는 방침이다. 법인세율은 20%까지 낮추고, 미국 내 상품을 생산하는 제조 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15%까지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추가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 같은 방향성은 미국 증시 단기 호황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 이를 추종하는 해외 주식형 ETF 수요도 늘 수밖에 없다.
반면 국내 주식형 ETF가 좇는 국내 증시는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꾸준히 보편 관세를 강조해왔다. 미국 내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대미 흑자 비중이 높은 한국 산업도 겨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이후 탄핵 정국 등으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도 국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지영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 참여자들은 지금 미국 쪽 이슈보다는 국내 정치 리스크가 가장 신경 쓰일 것”이라며 “정치 불확실성 자체가 높아졌다는 점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시각을 심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TF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형’, 특히 미국 증시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쏠리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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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별 수익률 살펴보니
레버리지·액티브 빼도 고공행진
해외 주식형 ETF를 최근 1년 수익률(12월 11일 기준)로 나열하면 레버리지 ETF 상품과 액티브 ETF 상품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레버리지는 기초 자산 수익률에 ‘배수’를 부여한 형태다. 예를 들어 S&P500 2배 레버리지 상품이 있다고 치자. 해당 상품은 S&P 지수 하루 수익률을 2배 추종한다. 액티브 ETF는 종목 구성과 비중 등을 정할 때 지수를 그대로 추적하는 패시브 ETF보다 펀드매니저 권한을 조금 더 반영한다. 일종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상품인 만큼 수익률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레버리지 상품 중에선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레버리지’와 한화자산운용 ‘PLUS 미국테크TOP10레버리지’가 각각 최근 1년 수익률 169.3%, 153.3%를 보였다. 두 상품 모두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에 집중 투자하는 형태다. 액티브 상품 중에선 ‘TIMEFOLIO 미국나스닥 100액티브’와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가 각각 최근 1년 수익률 86.9%, 83.5%를 기록했다. 엔에이치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글로벌생성형AI액티브’도 82.8% 수익률을 보였다.
레버리지와 액티브 상품을 제외하면 한화자산운용의 ‘PLUS 미국대체투자Top10’이 눈에 띈다. 최근 1년 수익률 71.6%를 기록했다. 미국 상장 대체 자산 관리자 지수(BlueStar Top 10 US Listed Alternative Asset Managers index)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글로벌 투자회사 KKR & Co, 사모펀드 그룹 블랙스톤, 브룩필드자산운용 등의 종목으로 이뤄진 지수다. 삼성자산운용이 내놓은 ‘KODEX 미국반도체MV’도 1년 수익률 60.7%로 나타났다. 브로드컴과 ASML,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등 반도체 칩 설계부터 제조까지 반도체 산업 전반 기업을 담고 있는 MVIS 미국 반도체 25 지수(MVIS US Listed Semiconductor 25) 추종 상품이다.
수익률 범위를 좁히면 순위도 달라진다. 최근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 갖는 ETF는 삼성자산운용 ‘KODEX 미국서학개미’다. 3개월 수익률이 47.9%에 달한다. iSelect 서학개미 지수를 추종하는데, 해당 지수 종목 구성법이 독특하다. ‘서학개미 가중방식’을 채택해 한국예탁결제원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 금액(보관 금액) 상위 25개를 기준으로 포트폴리오 편입 종목을 결정한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미국 주식에 관심이 있지만 종목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나 투자 환경 변화에 재빠르게 발맞추고자 하는 투자자들에게 특히 추천드리는 상품”이라며 “매월 자동 리밸런싱으로 서학개미의 투자 흐름과 트렌드를 반영해 수익 기회를 민첩하게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지난 5월 신한자산운용이 내놓은 ‘SOL 미국AI소프트웨어’도 투자자 관심을 끈다. 최근 3개월 수익률만 30.2% 수준이다. 오라클과 마이크로소프트, SAP 등 미국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최근 한 달 새 개인 투자자 순매수 규모가 600억원에 달하며 12월 11일 기준 순자산총액은 1277억원을 기록했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최근 부각되는 AI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중소형주가 많아 개별 주식으로 투자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ETF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9호 (2024.12.18~2024.12.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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