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테이블’ 만든 용태순 와드 대표
대한민국에 미식 열풍이 불어닥친 요즘이다. 넷플릭스 올해 최고 화제작 ‘흑백요리사’ 공이 크다. 스타 셰프가 급증하면서 연말 예약 전쟁이 펼쳐지는 중이다.
흑백요리사 수혜를 입은 건 레스토랑뿐 아니다. 예약 방문이 기본이 된 요즘, 식당 예약 앱 ‘캐치테이블’이 흑백요리사 열풍 속 진정한 승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치가 증명한다. 흑백요리사 방영 일주일 만에 캐치테이블에 입점한 파인다이닝 식당 예약 증가율이 150%를 웃돌았다. 흑백요리사 우승자 ‘나폴리맛피아’ 식당 예약에는 11만명이 몰려들면서 서버가 폭주, 앱 먹통 현상이 20분 넘게 이어지기도 했다. 2022년 11월 60만명 남짓이던 월간 앱 사용자 수는 2년이 지난 올해 11월 190만명을 넘어섰다.
캐치테이블 운영사 ‘와드’를 이끄는 용태순 대표(48)도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연말연시 프로모션 등 입점 식당과 협업을 위해 직접 뛰어다니는 등 눈코 뜰 새 없다. ‘외식 시장 슈퍼앱’을 목표로 서비스 확장도 한창이다. 단순 ‘예약 관리’를 넘어 웨이팅, 픽업, 결제, 주류 구매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용태순 와드 대표 1976년생/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2007년 조이시티(JCE) 마케팅/ 2013년 NHN 사업, 데이터 분석/ 2015년 지노게임즈(현 펍지) 사업총괄, 기획총괄/ 2016년 와드 대표(현) [와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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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가게에서 수기 작성 경험
전산화된 예약 관리…‘창업할 결심’
용태순 대표는 2016년 와드 창업 전까지는 주로 게임 업계에 몸담아왔다. 조이시티에서 마케팅, NHN에선 데이터 분석, 지노게임즈(현 펍지) 사업·기획총괄 등을 맡으며 경력을 이어왔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용 대표 마음 한구석에는 ‘한국 외식 자영업 시장을 한번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싹트고 있었다.
시작은 1990년대 후반. 대학생 시절 어머니가 운영하던 호프집 ‘투다리’에서 일손을 거들고 있던 중이었다. 이때 그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이 바로 ‘수기 작성’이다. 가게 매출이나 예약 현황을 일일이 손으로 작성하던 탓에 실수가 계속됐다. 일부 직원이 장부를 날조해 현금을 착복하는 일도 왕왕 생겼다.
“수기 노트 작성에서 느낀 불편함이 지금의 캐치테이블 창업 아이디어로 이어졌습니다. 어머니 가게뿐 아니라 당시 대다수 식당이 모든 예약을 수첩에 받아 적었거든요. 2007년 개발자로 일하던 동생과 함께 포스 내역과 재고를 비교하는 재고 관리 시스템을 직접 개발한 경험 덕에 자신감도 있었어요.”
지금이야 수백만 이용자가 쓰는 앱이지만, 캐치테이블은 2016년 출발 당시만 해도 B2B 중심의 ‘매장용 예약·고객관리 솔루션’이었다. 그동안 노트로만 전해 내려오던 레스토랑 예약 현황을 데이터화하고 분석해주는 서비스다. 고객이 식당을 예약할 수 있는 현재 캐치테이블이 탄생한 건 2020년 8월 말에 이르러서다. B2B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맹점을 늘리는 과정에서 확보한 탄탄한 데이터가 서비스 확장 기반이 됐다.
스마트 기기 하나만 있으면 전화 예약은 물론 네이버·카카오 같은 타 플랫폼에서 예약까지 모든 예약 관리가 가능하다. 고객별 태그나 메모 기능 덕에 고객 맞춤형 응대는 물론, 문자메시지 마케팅도 된다. 매장으로 걸려 오는 전화 문의가 대폭 줄고 예약금 제도로 ‘노쇼’가 사라지면서 매장 효율도 크게 오른다.
“식당도 비행기 표나 호텔처럼 날짜·시간·인원 등 원하는 조건을 입력하면 실시간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장님을 설득하기 위해 방방곡곡 식당을 끊임없이 돌아다녔지만 초반에는 문전박대가 일상이었죠. 그래도 이를 악물고 가맹점을 늘려왔고 실시간 예약 DB 구축에 성공하며 B2C 앱을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한창 때 앱 론칭
예약·대기·포스·픽업…‘슈퍼앱’
캐치테이블 앱 서비스를 시작한 2020년 8월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국내 외식 시장이 큰 타격을 받던 와중. 서비스 시작을 미룰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힘든 시기일수록 고객은 쉽고 편하게 예약을 하고, 식당은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채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용 대표는 서비스 시작을 강행했다.
“자신감도 있었어요. B2B 서비스 확장으로 이미 해당 시점에는 국내 최고 파인다이닝과 오마카세, 호텔 레스토랑 등 인기 매장을 확보해놓은 상황이었거든요. 팬데믹으로 어려워진 해외여행 대신, 미식에 돈을 쓰는 트렌드가 운 좋게 확산되며 이용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캐치테이블은 이제 단순 레스토랑 예약을 넘어 대기, 픽업, 포스 등 외식 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2022년 12월 실시간 대기 서비스 ‘캐치테이블 웨이팅’을 열었다. 예약 없이 매장을 찾는 고객이 캐치테이블 앱 또는 매장에 비치된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대기 신청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런던베이글뮤지엄·연돈·숙성도 등 긴 대기 시간으로 소문난 인기 맛집이 잇따라 도입했다. 2023년 2월과 3월에는 외식업 전용 매장관리 솔루션 ‘캐치테이블 포스’와 ‘캐치테이블 픽업’ 서비스를 차례차례 선보였다.
생태계를 확장한 결과 매출도 빠르게 늘었다. 2021년 10억원도 안 됐던 와드 매출은 지난해 75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지금껏 누적 투자액은 724억원 수준이다.
“최근에는 ‘위스키 페어링 서비스’에 한창 집중하고 있습니다. 식당을 예약할 때 미리 원하는 위스키 또는 캐치테이블이 추천하는 위스키를 주문·구매하면 방문 당일 해당 위스키를 바로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서비스죠. 기존에는 가벼운 안주와 즐겼던 위스키를 요리를 함께 즐겨보는 새로운 미식 문화를 이끌어보고자 합니다.”
파인다이닝 인식 바꾼 흑백요리사
셰프 요리 과정과 해석에 더 초점을
올해는 매출이 더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월 방영한 ‘흑백요리사’가 흥행 대박을 내며 캐치테이블 이용자 수가 급증한 덕분이다.
흑백요리사를 시청한 용 대표가 9월 말 직접 전사 미팅을 소집 “흑백요리사 식당 찾기와 예약에 불편을 겪는 고객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열의를 보였고, 당시 미팅에서 결정된 방침을 나흘 만에 앱에 새로 반영해 업데이트했다. 흑백요리사 셰프 식당을 모아보는 신규 카테고리를 만들었고, 예약이 힘든 출연 셰프 식당마다 남은 자리를 모아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흑백요리사 식당 예약 오픈 알림 기능도 추가했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셰프 식당 대다수가 미리 입점해 있던 덕분에 발 빠른 움직임이 가능했어요. 방송을 재밌게 본 직원들 모두 열과 성을 다하기도 했고요. 앱을 시작한 후 역대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최다 고객이 방문하는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흑백요리사를 계기로 미식 문화를 바라보는 인식이 바뀐 것이 용 대표 입장에선 가장 반갑다. 특히 ‘파인다이닝=비싸다’는 생각이 달라진 걸 체감한다고.
“소셜미디어용 음식, 그 이상의 무언가가 생겨났다고 느껴요. 치열한 조리 과정과 요리에 담아낸 의미, 그리고 저마다 해석 등이 함께 조명되면서 셰프님은 더 인정받고 파인다이닝 관심도 높아지는 기회가 됐다고 봅니다. 특히 중식이나 캐주얼 한식처럼 기존에 파인다이닝 변방으로 여겨졌던 식당 예약률이 전반적으로 크게 늘었어요. 방송에 나오지 않은 다른 식당이나 지역 노포, 전통 시장까지 외식업 전반에 반사이익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9호 (2024.12.18~2024.12.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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