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메모리 3 'HBM 올인'할 수밖에 없는 이유...美마이크론 호실적에도 주가 -15%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미국 버지니아주의 마이크론 본사 입구의 로고.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이 좋은 실적을 내고도 주가는 급락했다. PC·자동차 같은 소비자 제품용 메모리 수요가 얼어붙어, 다음 분기 실적 전망치를 증권가 예상보다 낮게 내놓은 영향이다.

여기에 중국 업체의 저가 메모리 공세가 가시화되는 데다, 중국산 첨단 D램마저 시장에 등장했다. 메모리 3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모두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용 메모리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마이크론, HBM 매출 2배에도 주가 -15%



18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2025년 1분기(9~11월) 매출이 87억1000만 달러(약 12조62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4%, 직전 분기 대비 12% 증가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18억7000만 달러(약 2조7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억 달러 적자에서 큰 폭으로 흑자 전환했다.

그럼에도 장 마감 후 마이크론 주가는 15% 넘게 빠졌다. 회사가 내놓은 다음 분기 매출·순익 전망치가 모두 증권가 예상치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이날 실적발표에서 산제이 메흐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HBM을 포함한 데이터 센터용 D램 수요가 견조해, 첨단 D램 공급은 여전히 빠듯하다”면서도 “스마트폰용 메모리는 내년 한 자리 수 초반대 성장률을 예상한다”고 했다. 자동차용·PC용 메모리 시장은 각각 내년 후반과 연말에야 수요가 늘 거라고 봤다.

마이크론의 HBM 매출이 한 분기 만에 두 배 이상 늘고 데이터센터용 매출(HBM 포함)은 1년 새 400% 이상 성장했지만, 소비자용 메모리 판매 감소를 메우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었다는 얘기다.

중앙일보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미국 시러큐스에서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로부터 반도체 웨이퍼를 전달받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마이크론에 61억4000만 달러(약 8조5000억원)의 보조금 지급을 발표했고, 이는 지난 10일 확정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마이크론은 2024~2025년 기업용 낸드 메모리 성장률도 기존 전망보다 낮춰 10% 초반대로 봤다, 급증했던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매출이 다소 둔화되고 있다는 것. 다만 회사는 장기적으로는 수요가 늘 거라고 봤다.



엔비디아 HBM 물량에 3사 모두 쫑긋



이처럼 소비자용 메모리 업황이 부진하고 데이터센터용 낸드(eSSD) 성장세가 주춤하자, 기업들이 바라볼 건 HBM이다. 메모리 3사는 엔비디아·AMD 같은 데이터센터용 AI 가속기 회사, 그중에서도 시장의 90% 가량을 독점하는 엔비디아의 신제품 블랙웰에 탑재될 HBM3E(5세대) 납품에 주력하고 있다.

이날 마이크론은 “HBM3E 12단 샘플을 고객사에 전달했고 내년 하반기 12단 제품이 HBM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며 “싱가포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HBM 첨단 패키징 시설 투자를 시작했고 2027년 총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HBM 시장 전체 규모는 현재 160억 달러(약 23조원) 수준에서 2028년 4배가 되고, 2030년에 1000억 달러(약 145조원)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10월 HBM3E 12단 제품 대량 양산을 시작했고, HBM3E 16단은 내년 상반기 양산할 계획이다. 지난달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자사 블랙웰에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HBM3E를 쓰고 있으며, 삼성전자 HBM3E 8단과 12단 제품의 사용 승인을 위해 최대한 빠르게 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메모리, 중국 시장 방어도 같이 해야



중국의 위협도 메모리 3사 공통의 고민이다. 지난 17일 중국의 온라인 쇼핑 가격 비교 사이트에는 ‘중국산’을 내세운 32GB DDR5 제품이 올라왔다. 최신 세대 D램인 DDR5는 PC와 서버에 모두 쓰인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DDR4까지만 개발·판매하고 있는데, 쇼핑몰에 브랜드명 없이 ‘중국산 DDR5’라고 주장한 제품이 등장한 것이다. 구형뿐 아니라 첨단 D램에서도 중국의 공세가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다만 미국의 수출 제재로 첨단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가 중국에는 반입되지 않아, 한국·미국과 중국의 첨단 D램 기술 격차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SK하이닉스는 2021년 D램 공정에 EUV 장비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마이크론은 내년에 EUV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

중앙일보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6회 반도체대전(SEDEX)’에 전시된 SK하이닉스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은 메모리 3사 중 가장 먼저 ‘탈(脫)중국’했다. 지난해 5월 중국은 자국 내 주요 IT 인프라에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중단시켰고, 그전까지 마이크론 매출의 25%가량이던 중국 매출은 지난 분기 10% 중반대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 비중은 각각 30%와 24%로,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다. 지난 2일 미국이 추가해 발표한 수출 제재 대상 중국 기업에서 CXMT는 제외됐는데, 한국은 CXMT 등 중국 업체와 중국 현지 시장을 놓고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