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재계 "경영권 위협" vs 주주 "필수"…연내 처리 '불투명'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Ⅱ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상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패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4.12.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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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두고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은 재계와 주주 측의 팽팽한 설전 속 예정됐던 시간(90분)을 넘긴 104분간 진행됐다.
재계 측에서는 상법 개정 시 주주들의 배임죄 고소·고발이 남발돼 기업 의사결정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외국계 헤지펀드가 경영권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고, 주주들은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의무가 기업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며 맞섰다. 민주당은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의 공청회를 통해 추가로 의견을 수렴하는 등 일단 법안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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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위협 우려" vs "소액주주는 회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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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상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 디베이트(토론)를 열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토론회 사회를 맡았고, 재계와 주주 측에서 각 7명이 토론자로 나섰다. 토론은 민주당의 당론 법안 소개 이후 재계와 주주 측에서 번갈아 의견을 개진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의 경우 집중투표제 의무화, 대규모 상장사의 경우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내용도 법안에 담았다. 집중투표제란 2인 이상의 이사 선임 시 주식 1주당 선임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을 뜻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주주총회를 통해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사내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하는 제도다.
재계에서는 상법 개정에 따른 경영 혼란을 우려했다. 신속한 의사결정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고, 이사들이 줄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소액주주 이름을 내세운 행동 펀드 등의 경영권 공격이 빈번해질 것이란 걱정도 함께였다.
이형희 SK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사장)은 "상법 개정으로 지배구조가 변화하면 장기적으로 성장이 약화하고 내부 의사결정도 지연될 우려가 있다"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은 기술력, 글로벌 경쟁력 등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중 심팩 CFO(최고재무책임자)도 "주주를 위한 단기 주가 상승과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경영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2019년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을 노린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설비 및 R&D(연구개발) 투자와 우수 인재 고용 등 장기적인 미래 비전보다 배당 확대를 위한 단기적 이익 실현을 추구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 일이 있던 이후에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계속적인 내부 검토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Ⅱ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상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2.19. kkssmm99@newsis.com /사진=고승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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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합병·분할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민주당 논리대로면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핀셋 규제'를 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자본시장법은 약 2500개의 상장기업에 적용이 되지만, 상법은 100만개 이상의 비상장기업까지 적용된다"며 "상장회사의 86%가 중소중견기업이고, 경영권 분쟁 공시 기업의 90%가 중소중견기업인데 상장 중소기업들은 시가총액이 작아 1200억 정도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주주 측은 오히려 상법 개정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박광현 두산에너빌리티 소액주주는 "어떻게 하면 한국장이 미국 주식보다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을까가 중요한데 주주 충실 의무가 바로 제가 생각하는 상법개정의 핵심"이라고 했다.
윤태준 주주행동플랫폼 액트 연구소장은 소액주주와 지배주주 간 이해관계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재계에서 우려하는 소송 남발 가능성이 적다는 얘기다. 그는 "기업의 저력을 믿고 좋아해서 주식을 사는 건데 소액주주를 태클 걸려고 하는 사람처럼 보는 게 안타깝다"며 " 일반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규모로 투입된 순간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자식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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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잘 검토하겠다"…연내 처리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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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는 재계와 주주 측간 첨예한 대치가 이어지자 합의점을 찾기 위한 중재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내지 못했다. 이를테면 주주 측에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특정 항목에 대해서만 제한하자는 의견도 그럴듯해 보이는데 반론이 있는지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던 게 있다. 하지만 주주 측에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론 주주 이익 침해 행위를 막을 수 없다"(명한석 참여연대 실행위원) 등 반론이 나왔다.
한 번은 이 대표가 재계 측에 "상장회사만 잘라서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을) 적용하면 동의할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상법에 두는 것은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했고, 최승재 세종대 교수는 "주주 간 충실의무에 대한 문제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부터 정리돼야 상법에 넣을지, 자본시장법에 넣을지를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토론은 이 대표의 "잘 검토해보겠다"는 마무리 발언으로 막을 내렸다. 이 대표는 "회사의 이익이 곧 주주의 이익이 돼야하는데, 주주 중 극히 일부가 선의를 규제를 해보려다 안 되니 법으로 봉쇄해버리자고 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문제들을 다 고려해서 우리 정책위원회에서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참석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Ⅱ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상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4.12.19. kkssmm99@newsis.com /사진=고승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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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달 말 상법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공청회를 여는 등 추가 의견 수렴을 거친 뒤 개정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당초 연내 상법 처리를 목표로 잡았지만, 시간이 좀 더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예상치 못한 12·3 계엄 사태가 벌어진 데다 재계·주주 간 쟁점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다.
다만 민주당 내 상법 개정 추진 의지는 확고한 분위기다. 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태스크포스) 단장인 오기형 의원은 이날 토론회 시작 전 상법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하며 "사회적 논의는 충분히 쌓여있다. 지금은 실행할 때"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단 법사위에서 상법 개정안 합의를 위한 논의에 충실할 계획"이라며 "(상법 개정을 물리긴 어렵지만) 재계에서 우려하는 배임죄나 손해배상 부분에 대해선 구성요건을 명확히 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면책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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