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하방 압력 커지고 소비심리 악화…이창용 "한달간 데이터 보고 결정"
이창용 한은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별관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기자간담회에 참석,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이번 기자 간담회는 12. 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외환과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한국은행이 물가 흐름과 향후 통화 정책 방향 등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임한별(머니S)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면서 내년 1월 추가 금리인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수출 불확실성에 더해 12·3 계엄 사태 여파로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으면서다. 경기 부양 차원에서 한국은행의 '3연속 금리인하'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하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점은 한은이 추가 인하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국내 정치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준의 '매파적 금리인하'에 따른 강달러까지 가세해 원/달러 환율이 치솟은 점도 부담이다.
결과적으로 다음 금통위까지 남은 4주동안의 데이터가 중요하다. 소비심리 반등 여부와 원/달러 환율의 점진적인 하향세 등이 금리결정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은 2.1%로 예상된다. 한 달 만에 전망치가 0.1%포인트(p) 낮아졌다. 정국 불안이 이어지면서 소비심리가 악화된 영향이다. 계엄 사태 이후 2주동안 수출 관련 데이터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경제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됐다. 소비선행지표 중 하나인 뉴스심리지수(NSI)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다.
내년 성장률도 당초 한은 전망치인 1.9%에서 더 내려갈 여지가 있다. 재정정책과 소비심리 두 가지 측면에서 하방요인이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의 긴축적인 영향 때문에 당초 전망보다 0.06%p 낮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1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총재는 "금통위 전까지 물가와 환율, 경기, 가계부채 등 데이터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지금까지 한은의 통화정책 패턴이나 관행을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에서는 경기 하방 위험이 있고 카드 사용량이 줄어든 것이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준의 태도 변화와 금융위기 수준으로 뛰어버린 원/달러 환율은 한은의 고심거리다. 18일(현지시간) 연준은 FOMC 회의에서 시장 예상대로 금리를 내렸지만 매파적(hawkish)인 메시지로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내년 정책금리 전망 경로는 3.4%에서 3.9%로 상향했다. 내년 추가 인하 폭을 100bp에서 50bp로 조정한 것이다.
이번 FOMC 결정은 한은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준다. 우리는 금리인상기에 미국보다 인상 폭이 작았기 때문에 인하기에도 점진적으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 이 총재도 앞서 "이번 FOMC 결과가 또 하나의 큰 정보"라며 "미국을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최종금리가 어느 정도 내려갈지와 얼마나 빨리 금리를 내릴지 등을 고려해서 한은도 인하 시기와 폭을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환율 수준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늦출 수 없지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게 금통위원 다수의 평가다. 이 총재도 최근 환율은 달러화 움직임을 따라 변동하고 있고 국내 정치 불안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정치 프로세스가 안정화된다면 계엄사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판단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1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기 모멘텀 등을 고려하면 1월 인하 가능성이 있다"며 "데이터에 따라 좌우되겠지만 경기가 안 좋은데 환율 때문에 금리를 못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달러에 국내 정치 혼란이 가중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긴 했지만, 10월과 11월에도 금리를 내렸다고 환율이 오르진 않았다"며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하지 않고 1440원대만 유지해도 한은이 1월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