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차별구제 청구 소송 등 상고심 사건 선고에 참석해 있다. 2024.12.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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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통상임금의 범위를 조건부 정기상여금까지 넓히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해외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기업의 인건비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고용과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기존 통상임금의 산정 기준인 정기성·일률성·고정성에서 고정성 기준을 폐기하는 것으로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소정 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에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통상임금은 근로자들에게 기본급을 비롯해 직무수당·직책수당·기술수당 등 고정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다. 이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가산금과 유급 휴가시 지급되는 임금이 산정된다. 통상임금이 커지면 당연히 수당도 커지고, 평균임금·퇴직금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법원은 2013년 이후부터 상여금이 정기적으로, 일정한 조건을 갖춘 근로자에게 지급돼 왔다면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해왔다. 이 전에는 매월 지급하지 않는 상여금, 수당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해 왔는데 2013년 대법원 판결을 기점으로 통상임금의 범위가 크게 넓어진 것이다. 대법원은 이날 '조건을 갖춘 근로자' 부분을 완화해 통상임금의 범위를 또한번 넓혔다. 대법원은 회사가 재직조건 등과 같은 지급조건을 부가해 쉽게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의 판례 변경으로 인해 앞으로 기업들은 정기 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자 조건이나 최소근무일수 조건을 걸 수 없다. 더 나아가 이를 통상임금으로 보고 임금과 수당을 산정해야 한다. 판례변경의 후폭풍을 고려해 소급적용은 하지 않았지만 향후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결정은 통상임금 범위를 대폭 확대시킨 것으로 심히 유감"이라며 "현장의 법적 안정성을 훼손시키고, 향후 소송 제기 등 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의 정치적 혼란과 더불어 내수부진과 수출증가세 감소 등으로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예기치 못한 재무적 부담까지 떠안게 돼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 경영환경이 모두 불안한 상황에서 인건비를 늘려야 하는 판결이 나온 만큼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며 "당장 내년도 노사협상에서 어려움이 예상되고 고용과 투자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총은 앞으로 노사간 합의를 통해 정기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킬 부분과 성과를 반영한 성과급으로 재편성해서 현재의 복잡한 임금체계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연공형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임금체계로 바꾸기 위해 노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법원 역시 향후 노사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임금 관련 소송에서 새로운 갈등과 혼란을 유발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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