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11구역 위치도. 사진=서울시 제공 |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공사비 상승의 여파가 신탁방식 정비사업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모양새다. 공사비 상승해 분담금과 분양가가 상승하면서 신탁수수료도 덩달아 오르게 되자, 소유주들이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동작구 흑석11재정비촉진구역(이하 흑석1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지난 10일 임시총회를 열고 '신탁보수 조정의 건'을 부결시켰다. 지난달 4일 사업대행자인 한국토지신탁이 신탁보수 조정을 알리는 내용의 공문을 통지하자 총회를 열고 조정안을 거부하고 재협상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흑석11구역은 2017년 서울 내에서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처음으로 도입한 재개발단지다. 시행대행자로 지정된 한국토지신탁은 당시 사업추진에 발목을 잡았던 종교시설과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서울 내에서 신탁방식의 장점을 부각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흑석11구역도 공사비 인상의 여파는 피해 가지 못할 예정이다. 흑석11구역의 공사비는 2021년 시공사 선정 당시 3.3㎡당 540만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인근 지역 평당 공사비가 800만원 이상으로 오른 것을 감안하면 흑석11구역도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
통상적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착공 전에 물가상승률과 설계변경 등을 반영해 변경 계약을 체결한다. 업계에선 이 변경 계약을 '본계약'으로 간주한다. 흑석11구역은 올해 철거 작업을 끝내고 내년 상반기 착공에 돌입할 계획이다.
공사비가 늘어나면서 조합원들의 분담금과 일반분양가도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2017년 9월 신탁계약체결 당시 약 3900억원이던 흑석11구역의 분양 예정 총액은 2022년 8월 관리처분인가 기준으로 약 7326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여기에 현재 추진 중인 사업 시행계획 변경이 완료되면 다시 한번 증액이 불가피하다. 한토신에서는 공사비가 3.3㎡당 800만원으로 오를 경우 분양예정총액이 약 1조112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문제는 대부분 조합원이 늘어난 분양예정총액에 비례해 신탁수수료가 오르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탁방식은 통상적으로 분양예정총액에 비례해서 수수료율을 정한다. 이 때문에 분양예정총액이 오르면 수수료도 같이 오를 수밖에 없는데, 흑석11구역 조합원들은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흑석11구역은 분양예정총액의 3%를 조건으로 신탁대행계약을 맺었다. 계약에 따라 한토신이 받을 수수료는 2017년 기준 약 116억원에서 2022년 8월 관리 처분 기준 219억원올랐다. 사업시행계획변경과 공사비 증액 후엔 333억원으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최초 계약과 비교하면 3배가량 수수료가 오르는 셈이다.
수수료 인상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최근 신탁방식을 추진하는 단지들에서 수수료율이 낮아진 것을 근거로 내세운다. 최근 신탁협약 체결을 맺는 단지들은 분양예정총액의 1% 수준에서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3%는 과도하는 주장이다.
신탁의 역할과 부담이 다른 사업장보다 적다는 것도 조합원들이 수수료 재협상을 원하는 이유로 꼽힌다. 최근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신탁사가 모든 업무를 수행하는 '사업시행자' 방식으로 추진된다. 신탁이 사업시행자가 되면 조합은 만들어지지 않고 신탁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흑석11구역에선 신탁이 조합을 보조하는 '대행자방식'을 택했다. 대행자 방식은 기존 조합방식과 같이 조합이 모든 업무를 수행하고, 신탁은 실무 진행과 조언‧조력만 맡는다.
다만 전문가들은 조합보다는 신탁사인 한토신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계약상 요율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계약한 만큼, 신탁의 동의 없이 조합이 임의로 요율을 낮추거나 금액을 줄일 수 없다는 것.
전문가들은 최초 신탁계약 시 요율에 따른 수수료 책정과 별개로 인상률에 한도를 거는 식의 특약조항을 넣으면 급격한 수수료 상승을 제어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업계관계자는 "구체적 금액이 아닌 분양예정총액에 연동해 수수료가 책정되는 방식이라, 이를 거부할 법적근거와 명분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면서 "신탁도 결국 비용을 받고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는 '협력사'다. 무조건 믿고 곳간을 내주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귀용 기자 jim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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