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쓰네오 일본 요미우리신문 대표이사 겸 주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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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쓰네오 일본 요미우리신문 대표이사 겸 주필이 19일 별세했다. 고인은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일본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친 언론인이자, ‘신문 1천만부 시대’를 연 경영인으로도 이름이 높았다. 과거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향년 99.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와타나베 주필이 이날 새벽 폐렴으로 도쿄 시내 병원에서 숨졌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회사에 정기적으로 출근해 이사회와 논설회의 등에 참가했다. 이달 들어 폐렴으로 건강 상태가 갑자기 나빠진 가운데서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신문사 사설 원고를 검토하는 등 주필로서 업무를 고집해왔다.
1926년생인 와타나베 회장은 도쿄대 문학부 철학과 시절 일본 공산당에 입당했던 이력이 있다. 하지만 노선 대립으로 탈당한 뒤에는 일관되게 공산당에 부정적 태도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을 졸업한 뒤 1950년 요미우리신문사에 입사했다. 정치부 기자, 워싱턴 지국장, 정치부장을 거쳐 전무이사 주필 겸 논설실장 등을 지냈다. 1991년 신문사 사장, 2001년 요미우리신문그룹 본사 사장을 역임했다. 2004년 회장에 취임했다가 2016년 물러났지만 이후에도 주필 등을 지내며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해왔다.
언론인으로서 그는 요미우리신문의 논조를 중도 보수로 설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정부 주요 정책 방향을 신문사 쪽에서 적극 제기하는 ‘제언 보도’로 언론사의 힘을 과시했다. 1994년 자위권 유지와 헌법재판소 신설 등 신문사 쪽 의견을 반영한 ‘헌법 개정 시안’을 지면에 발표해 논란을 일으킨 게 대표적이다. 언론인으로서 현실 정치에 깊숙히 개입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그는 1980년대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를 비롯해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와 최근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까지 정계 거물들과 깊은 관계를 유지했다. 이날 아사히신문은 언론인이었던 그가 “정치 중심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때로는 정책 결정이나 정국 무대 뒤편에서 ‘플레이어’로서 활동한 걸 본인 스스로도 인정해 왔다”고 설명했다. 1999년부터는 3년간 일본신문협회 회장을 맡았다. 이듬해 54년 만에 새 ‘신문윤리강령’을 만들어 이전에 없었던 ‘인권 존중’ 조항을 신설하는 데도 구실을 했다.
1991년부터는 대표이사 사장 겸 주필로 회사 경영에도 참여했다. 70년 넘는 언론인 경력뿐 아니라 경영자로서도 전설적인 인물로 통한다. 앞서 요미우리신문을 업계 1위로 끌어올리며 ‘경영의 신’으로 불린 고 무타이 미쓰오 전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 수업을 받았다. 이어 와타나베 회장이 사장으로 재임하던 1994년 요미우리신문은 회사 역사상 처음 발행 부수 1천만부를 넘었다. 이후 꾸준히 높은 판매 부수를 유지하다가 2001년 1월 역대 최고인 1031만91부를 찍기도 했다.
정치·사회 활동도 활발해 정부 재정제도심의위원회 위원, 행정개혁회의 위원, 정보보전자문회의 의장 등을 거쳤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1996년부터 일본 프로야구 최고 인기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주를 맡았고, 스모 요코즈나 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한국과 인연도 눈길을 끈다. 그는 정치부 기자로 일하던 1962년 ‘김종필(JP)-오히라 메모’ 기사로 특종을 했다. 당시 1962년 한·일 국교정상화를 위한 회담에 나섰던 김종필 중앙정보부장과 일본의 오히라 외상이 청구권 문제를 매듭짓는 과정에 세부 내용이 작성된 비밀 메모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와타나베 회장에 대해 “당시 한국 고위 관료와 일본 정부의 중개자 역할을 하는 등 정부·여당 권력자와 (취재 기자가) ‘일체화’하는 방식의 취재를 통해 특종 보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에서 특정 정치인들을 통한 과도한 정치 관여가 여러 차례 물의를 빚기도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그의 장례식이 가까운 친척들만 참석해 치러지고, 이후 고별회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상주는 장남 무쓰미씨.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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