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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하얼빈', 115년 전 안중근 이야기가 시의적절한 까닭 [시네마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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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일 개봉 영화 '하얼빈', 리뷰

뉴스1

'하얼빈'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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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대사가 묘하다. 115년 전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에서 자꾸만 오늘날, 이 시국에 주는 교훈을 떠올리게 된다. 만국공법에 따라 포로가 된 적군을 풀어주면서도 국권을 되찾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울 것을 다짐하는 대한의군의 참모중장 안중근(현빈 분)의 올곧은 리더십. 이 시국을 살아가는 관객들이라면 곰곰이 의미를 되새겨보게 될만한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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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은 안중근 의사의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 전후의 이야기를 그렸다. 일제의 숨 막히는 추격과 모호한 밀정의 존재, 독립 동지들 사이의 대립과 반목 속에서도 거사를 성공시키고 마는 안중근과 대한의군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며 따라갈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꽁꽁 언 두만강을 홀로 건너는 안중근을 부감으로 조명하며 시작한다. 앞서 그는 신아산 전투에서 일본군 육곤수좌 모리 다쓰오(박훈 분)을 비롯한 몇몇 일본군 포로를 풀어준 일 때문에 대한의군 내부에서 비난 여론에 휩싸인다. 풀려난 모리 다쓰오는 곧바로 대한의군을 습격했고,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처참하게 죽었다. 이창섭(이동욱 분)은 모리 다쓰오의 기습 이후 홀로 살아 돌아온 안중근을 의심하고 원망하지만 최재형(유재명 분)과 우덕순(박정민 분), 김상현(조우진 분) 등은 안중근을 끝까지 믿고 지지한다.

그리고 안중근을 믿어주는 최재형 덕에 모두가 다시 마음을 모으고 거사를 도모한다. 하얼빈 방문 예정인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려는 계획이다.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널 때, 안중근은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죄책감으로 흔들렸다. 혹독한 칼바람의 기개에 쓰러져 다시 일어날 의욕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은 먼저 떠난 동료들을 대신해 살고 있다는 의무감을 발판 삼아 다시 일어났고, 동지들이 모여있는 블라디보스토크에 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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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은 죽는 날까지 원칙과 품위를 져버리지 않았던 열사 안중근의 됨됨이와 인간적인 고뇌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같은 목적으로 모인 이들 사이에서도 종종 갈등은 발생한다. 그럴 때마다 괴로움에 휩싸이는 안중근을 결국 움직이게 한 원동력은 조선의 주권을 되찾는다는 단 하나의 목표, 그리고 동지들에 대한 양보와 희생, 신뢰다. 영화 속에서 안중근과 내내 대립하는 이창섭은 안중근을 두고 "너무 순진하다"고 꾸짖지만, 끝내 그의 고결한 영혼을 칭송하며 눈을 감는다.

115년 전의 일을 그리고 있지만 영화는 무척이나 시의적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조선이란 나라는 수백 년간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온 나라지만 저 나라 백성들이 제일 골칫거리다, 받은 것도 없으면서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다"라는 이토 히로부미의 대사라든가, "불을 밝혀야 한다,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우리는 불을 들고 함께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다"라는 안중근의 마지막 대사들이 그렇다. 당연히 의도한 것은 아니겠으나 국권을 잃은 그때도, 12·3 계엄 사태를 경험한 지금도 결국 중요한 것은 '마음을 모으는 사람들'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영화 최초, 아이맥스 포맷으로 제작된 '하얼빈'은 웅장한 볼거리로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로서의 가치도 오롯이 획득했다. 6개월에 걸쳐 몽골, 라트비아, 한국 등 3개국에서 촬영된 화면의 영상미는 역사의 거대한 흐름 앞에서 압도된 안중근과 독립군들의 상황과 겹치며 뭉클함을 준다. 고뇌에 찬 이상주의자 안중근은 현빈의 진중한 분위기와 연기력를 힘입어 되살아났다. 모리 소좌를 연기한 박훈과 일본의 유명 배우 릴리 프랭키가 연기한 이토 히로부미의 남다른 존재감은 영화의 격조 높은 비장미에 한몫한다. '서울의 봄' 제작사인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신작이며,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의 우민호 감독이 연출했다. 러닝 타임 114분. 오는 24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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