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기술 발전하는 만큼 내성 기술도 발전"
QKD+QPC 하이브리드 기술도 속속 등장
양자 컴퓨팅의 발전과 함께 이를 방어하는 양자내성암호(PQC) 기술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각국 정부와 ICT(정보통신) 업계는 2030년 양자컴퓨팅 상용화 예상 시점에 맞춰 PQC 암호 체계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캐나다 글로벌 위험 연구소(Global Risk Institute)가 이달 발표한 '2024 양자 위협 타임라인 리포트'에 따르면 전세계 양자 전문가 32인 중 10명은 향후 10년 안에 24시간 이내에 'RSA-2048'을 무력화할 수 있는 양자 컴퓨터가 개발될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전망했다.
RSA-2048은 전자 상거래나 서명 등에서 자주 사용되는 데이터 암호화 방식이다. 2048비트 키를 사용해 RSA-2048로 불린다. 이메일과 온라인 뱅킹은 물론 금융 및 보안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암호화 알고리즘이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 32명 중 31인은 30년 안에 양자컴퓨터가 RSA-2048를 24시간 안에 복호화할 가능성이 50%를 넘는다고 예측했다. 가능성이 95%에 이른다고 본 전문가가 10명, 99%라고 본 전문가도 6명에 달했다.
양자 컴퓨팅이 기존 암호 체계를 위협할지는 그간 ICT 업계의 오랜 논쟁거리였다. 양자 기술이 초고속 연산과 계측을 가능하게 해 기존 암호 알고리즘을 빠르게 복호화하고 금융·전자 서명·가상자산 등 안전성을 위협할 거란 전망이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양자컴퓨터가 나오게 되면 소위 서명 알고리즘이랄지 키분배 알고리즘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게 되고, 합의 알고리즘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위협 가능성은 있어도 대규모 혼란은 없을 거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양자컴퓨터는 오래전부터 등장이 예상됐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로드맵도 마련돼 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2035년까지 기존 암호 시스템을 양자 저항 서명 표준으로 전환하라는 권고를 내고, 올해 8월 기술 표준도 발표했다.
염흥열 교수는 "지금부터 양자 내성 암호 알고리즘을 쓰거나 양자 키분배 알고리즘(QKD) 네트워크를 사용해 양자 컴퓨터로부터의 공격을 막는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현재 한국형 양자 내성 암호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며, 지난해 우리 정부에서도 알고리즘 전환 계획을 세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정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미 지난해 7월 국내 암호체계를 2035년까지 양자내성암호로 전환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담은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마스터플랜에는 한국형 양자내성암호와 전환 기술을 개발하고, 각종 검증제도와 기준, 준비사항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내에서는 통신 3사를 중심으로 PQC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LG유플러스는 정부가 추진하는 '개방형 양자 테스트베드 구축∙운영' 국책과제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PQC 전환을 돕는 솔루션 'PQC 마이그레이션 플랫폼'을 내년 1월 서비스할 예정이다.
QKD와 PQC를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양자보안망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QKD는 수학적 난제를 기반으로 한 PQC와 달리 양자 역학의 원리를 이용해 물리적으로 도청 자체를 차단하는 기술이다. 보안을 위해서는 도청 자체를 사전적으로 차단하는 물리적인 QKD와 정보가 유출되더라도 양자컴퓨터가 풀 수 없는 암호알고리즘(SW)을 사용하는 PQC가 모두 필요하다는 게 과기정통부 설명이다.
SK텔레콤은 10월 PQC와 QKD를 통합한 'QKD-PQC 하이브리드형 양자암호' 제품을 출시했다. KT는 전송망엔 QKD를 가상 사설망엔 QKD를 접목한 '하이브리드 양자 보안 가상 사설망(VPN) 서비스' 실증을 지난달 완료했다.
양자컴퓨팅이 가상자산 산업의 기반인 블록체인 네트워크에도 큰 위협이 되진 않을 전망이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양자컴퓨터가 수백만 큐비트 수준으로 발전하면 언젠가는 가상자산의 암호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수십 년 후의 먼 미래에 대한 이론적인 예측일 뿐이며, 양자컴퓨터가 그만큼 발전하는 동안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도 양자컴퓨터에 저항하는 ‘양자컴퓨터 내성(quantum resistance)’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투데이/안유리 기자 (inglass@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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