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로 기업경쟁력 강화 시급
정치권·정부·기업 합심 시장개척을
새해를 며칠 앞둔 지금, 대외 무역환경이 매우 악화되고 있다. 내달 출범할 트럼프 2기하의 세계경제 불확실성, 미·중 무역전쟁 격화, 설상가상으로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대외신인도 하락과 환율 불안 등…. 오랜 내수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이제 수출마저 위축돼 우리 경제가 퍼펙트 스톰에 빠져들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달 초 코트라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내년 해외 지역별 시장변화와 진출방향에 관한 설명회를 가졌다. 연사로 나온 코트라 해외본부장들은 이구동성으로 트럼프 2기 출범 후의 경제 불확실성이 핵심변수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나라에 10~20%의 보편관세, 특정국가에 고율관세(예: 중국 60%) 부과 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 대다수 나라들이 대미수출 감소와 성장률 저하를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심각한 나라는 중국이다. 이미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12월초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고대역폭메모리 및 반도체장비 수출규제를 발표하자, 중국정부는 갈륨·게르마늄 등 반도체 핵심소재의 대미 수출통제로 맞받아쳤다. 트럼프 2기에는 1기 때의 학습효과와 강경파 인사의 요직 임명 등에 미뤄볼 때 대중 제재가 한층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예고한 대로 최혜국대우 박탈, 고율관세 부과, 첨단기술 수출·투자 통제 등이 시행될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대미 보복관세 부과와 핵심광물 수출통제로 맞대응하면서 내수 부양, 위안화 평가절하, 산업망 재배치 등을 강력 추진할 것이지만, 피해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재신(財信)연구원은 미국의 최혜국대우 박탈과 60% 고율관세 부과 시 중국의 대미수출이 최대 90%, 성장률은 1.1~1.3%포인트나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 파편이 전 세계로 튈 거라는 점이다. 중국은 현재 대다수 산업에서 과잉생산체제인데, 대미 수출길이 막히면 많은 부분 제3국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다. 유럽에선 올해 중국제품 수입 급증으로 일부 자동차·철강 공장이 문을 닫아 수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미국의 제재가 세지 않았어도 이런데, 내년 제재가 강화되면 이 현상이 여러 나라에서 발생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은 우리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대상국인데, 미국의 제재로 중국 경제가 안 좋아지면 우리의 대중 수출이 줄어들게 된다. 또 국내시장과 아세안 등 제3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에 품질까지 향상된 중국제품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우리 기업들의 판로가 잠식당할 우려가 크다. 미국이 우리나라에도 보편관세를 부과하면 대미수출이 타격을 받을 텐데, 여기에 중국과 제3국 시장에의 수출까지 줄어들면 우리 경제엔 큰일이다.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처럼 희망과 용기를 갖고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무엇보다 비상계엄 선포 관련 탄핵정국을 조속히 해소해 실추된 대외이미지를 회복하고, 굳건한 위기대응 체제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시장상황이 악화될수록 경쟁력이 중요하므로 기업들의 의견을 들어 경쟁력에 부정적인 규제와 행정관행을 찾아내 과감히 없애야 한다.
언제 어디에나 틈새시장은 있다. 세계 각국의 공급망 조정, 에너지·인프라 건설 수요, 한류 확산 등으로 새로 개척할 수 있는 시장은 있다. 이들 나라에서 코트라 등 수출지원기관이 추천하는 유망품목과 진출방법을 참고해 효과적인 마케팅을 전개해야 한다. 주요국들에 대한 통상외교와 파트너십 협력을 확대해 기업들의 현지 진출에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필수적이다.
정국혼란 때문에 거세게 몰려오는 쓰나미를 수수방관해선 안 된다. 위기를 예방하도록 정치권과 정부·기업이 힘을 모아야 한다. 대처 골든타임을 놓치면 엄청난 피해가 따른다.
[권평오 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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