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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졸지에 ‘계엄 성지’ 된 롯데리아, 네란버거·탄핵세트… 풍자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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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햄버거 회동” 시민들 곳곳서 인증샷

‘12·3 비상 계엄’ 사태 이틀 전인 지난 1일 전현직 정보사령관이 경기 안산시 롯데리아 상록수점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계엄 계획을 논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롯데리아 측엔 ‘계엄버거’ ‘네란(계란 네 개) 버거’ ‘탄핵 세트’ 등을 출시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롯데리아 본사는 18일 본지 통화에서 “단순 햄버거 판매점일 뿐인데 정치와 연루돼 곤혹스럽다”며 “계엄·탄핵 관련 상품을 출시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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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문상호 사령관, 노상원 전 사령관은 1일 롯데리아 상록수점에서 단품 기준 8600원짜리 한우불고기버거를 먹었다고 한다. 롯데리아가 ‘떡갈비 맛이 나는 한우 패티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광고하는 제품이다. 노 전 사령관이 먼저 “햄버거를 먹자”고 제의했고, 한우불고기버거를 먹으며 계엄 당일 선관위 서버 확보 등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가 이날 방문한 롯데리아 상록수점은 이미 계엄 성지(聖地)로 유명해져 있었다. “여기가 뉴스에 나온 계엄 장소래”라고 수군거리며 ‘인증샷’을 찍는 시민들이 곳곳에 보였다. 안산시민 김모(41)씨는 “투스타(2성 장군) 두 명이 여기서 햄버거를 먹으며 계엄을 논의했다니 우습다”고 했다. 경찰은 두 사령관이 햄버거를 먹으며 계엄을 논의하는 장면이 담긴 매장 CCTV 화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점주는 “현재 상황이 당황스럽다”며 “이곳은 일반 음식점일 뿐”이라고 했다.

인터넷에서는 “니들이 계엄맛(게맛)을 알아?”라는 문구를 넣은 과거 롯데리아 광고 풍자물이나, 계란 네 개가 얹힌 ‘네란버거’를 인공지능으로 합성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쏟아졌다. ‘나라가 뒤집어져도 모르는 맛!’ ‘넷이 먹다가 넷이 계엄령 선포해도 모르는 맛’ ‘계엄인더버거세트를 출시해달라’ 같은 글이 포털 사이트의 해당 매장 리뷰에 올라오기도 했다.

정보 작전 전문가들인 두 사령관이 접선지로 롯데리아를 택한 것이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 고도의 작전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롯데리아 상록수점은 문 사령관의 집무실이 있는 경기 안양시 정보사에서 17km나 떨어진 곳이다. 소란스럽고 개방된 장소가 오히려 도청·녹음 등에서 안전하고, 인파에 자연스럽게 섞여 주변 이목을 끌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2013년 통합진보당 내란 음모 사건 주동자였던 이석기씨가 롯데리아에서 내란을 모의했다는 사실도 재조명받고 있다.

[안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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