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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김병기 ‘필향만리’] 四海之內 皆兄弟也(사해지내 개형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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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사해지내(四海之內)’는 ‘사방 바다의 안 쪽’ 즉 사람이 사는 육지의 ‘온 세상’을 이르는 말이다. 공자 제자 자하는 공경과 예를 갖춘다면 사해지내의 모든 사람이 다 형제일 수 있다면서 ‘형제 없음’을 슬퍼하는 사마우를 위로했다. 자하의 말대로 온 세계가 다 형제자매라면 얼마나 좋으랴! 인류는 정치 혹은 종교를 통해서 ‘세계일화공장춘(世界一花共長春)’ 즉 ‘세계는 하나의 꽃! 함께 긴긴 봄을 누리세’라는 꿈을 실현하고자 노력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꿈을 이룬 적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갈등과 분쟁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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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 바다 해, 內: 안 내, 皆: 다(all) 개. 사해의 안이 다 형제. 26x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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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SNS를 통해 세계 사람이 서로 긴밀하게 소통하는 지금, 인류는 마침내 ‘세계는 하나’라는 꿈을 이룬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실상은 아닌 것 같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물리적 거리는 이웃이 되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멀다. 인터넷이 또 다른 분쟁과 파괴에 이용되는 경우도 많다.

해내존지기(海內存知己), 천하약비린(天下若比隣)! ‘지기(知己)’ 즉 ‘자기를 알아주는 친구’만 있다면 천하 어디라도 이웃집이란 뜻이다. 당나라 시인 왕발(王勃)의 구절이다. ‘사해지내’가 모두 형제가 되는 길은 물리적 거리의 단축보다는 ‘지기’가 되려는 따뜻한 마음에 있음을 알도록 하자.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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