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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발달장애인 투표 쉽게 후보 사진 등 보조용구 필요” 첫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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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 정부 상대 차별구제 소송…항소심서 이겨

법원 “판결 확정 1년 후 적용”…그림 투표용지는 불허

경향신문

지난 10월2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앞에 전시된 ‘그림투표 용지’ 탄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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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발달장애인이 투표할 때 원활하게 투표할 수 있도록 정당 로고나 후보자 사진 등을 이용한 보조용구를 제공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투표 보조용구 도입 필요성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서울고법 민사1-3부(재판장 이은혜)는 18일 발달장애인 박경인·임종운씨 등이 정부를 상대로 낸 차별구제 청구소송에서 1심의 각하 판결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원고들은 2022년 1월 정부가 선거 접근권 보장을 위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로 차별구제 청구소송을 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식 투표용지는 후보자 기호와 이름이 적힌 칸, 투표 도장을 찍는 공간으로 돼 있는데, 발달장애인들은 이를 제대로 식별하기가 어렵다는 취지였다. 이들은 후보자 기호나 이름 외에 정당별 색깔의 옷을 입은 후보자 얼굴을 그린 ‘그림 투표용지’ 도입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1심은 각하 판결했다. 각하란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닌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는 공직선거법 개정에 의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한 뒤에야 가능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재판이 아니라 법을 고쳐야 한다는 취지였다.

2심 재판부는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이 지난 날 이후 시행되는 대통령·국회의원·지방의회·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발달장애인 등을 위한 투표 보조용구를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투표 보조용구는 “정당의 로고나 후보자 사진 등을 이용해 투표용지에 기재된 정당 이름과 후보자의 기호·이름 등을 알 수 있도록 돕는 기구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림 투표용지’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송대리인 정재형 변호사는 선고 직후 “1심 재판부 판단은 선거법을 개정해야 논의를 개정할 수 있다는 취지였는데 이를 뒤집고 국가가 발달장애인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라며 “2심 재판부가 그림 투표용지를 전면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이번 소송을 계기로 논의가 시작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원고인 박경인씨는 “발달장애인도 이제 제대로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쉬운 투표용지를 가질 수 있게 돼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법원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은 지난 10월 ‘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인 보장 차별구제 소송’ 1심 재판에서 “투표 보조는 원고들이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동등한 수준으로 선거권을 행사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며 “매뉴얼상 투표 보조 대상에 발달장애인도 포함하라”고 판결했다.

글·사진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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