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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드론으로 바라보는 세상

“좀비처럼 무모하게 접근”… 드론 훈련 못받은 북한군 속수무책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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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러시아 텔레그램 ‘노콘텍스트’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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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드론이 날아다니는데도 북한군이 좀비처럼 다가왔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모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격전지인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 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인명 피해의 원인으로 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이 꼽히고 있다. 최신식 무기에 익숙하지 않고, 전투 경험도 부족한 북한군이 공격용 드론의 살상 위력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의미다.

북한군의 인명 피해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음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현재 점령지가 새 국경선이 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양측 모두 큰 인명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조금이라도 더 영토를 확보하려는 전술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 “러, 北에 드론 위험성 제대로 안 알려”

17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쿠르스크주에 배치된 우크라이나군 미하일로 마카루크 하사의 증언을 통해 드론에 취약한 북한군의 실상을 공개했다.

마카루크 하사는 “북한군은 드론과 원격 조종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땅에 엎드리거나 나무 뒤에 숨으면 드론이 자신들을 볼 수 없을 것으로 여기는 듯 했다”며 “진짜 좀비처럼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군은 “손쉬운 표적이었고,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모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같은 날 공개한 ‘1인칭 시점(First Person View·FPV) 드론’의 공격 영상에서도 이 같은 정황이 포착됐다. 드론을 발견한 북한 군인이 급하게 나무 사이로 피해 다니지만 집요하게 이들을 쫓아간 드론이 한 명씩 차례로 정조준하며 공격하는 장면이다.

‘1인칭 시점’이란 이름은 조종사가 이 드론의 시점에서 지상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래했다. 최대 시속 150km에 달하며 공격 목표를 발견하면 점점 고도를 낮춘 뒤 달라붙어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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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쿠르스크주에 파병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병사가 우크라이나의 공격 드론을 피해 눈밭에 누워 있는 모습. 우크라이나군은 17일 자국 드론이 북한군을 공격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최신식 무기를 잘 접하지 못했던 북한군이 살상 드론의 위력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텔레그램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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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집속탄(cluster bomb)에 쓰러지는 모습도 공개했다. 하나의 대형 포탄 안에 수십, 수백 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있어 살상력을 극대화했다. ‘강철비’로 불릴 만큼 파괴력이 강해 국제사회가 사용을 규탄하고 있다.

● 미 당국자, “북한군 사상자 수백 명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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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매체 ‘이보케이션인포’ 텔레그램에 우크라이나전에서 부상을 당한 북한군이라며 올라온 사진(텔레그램 채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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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 AFP통신 등도 17일 미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군 사상자 수백 명이 발생했으며 사상자의 계급은 말단 병사에서부터 최상위 계급까지 다양하다”고 전했다. 16일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HUR) 또한 “북한군 2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17일 우크라이나 매체 ‘이보케이션인포’는 쿠르스크주의 한 병원에서 부상당한 북한군을 찍은 독점 영상도 텔레그램에 공개했다. 영상에는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한쪽 팔을 주머니에 넣고 바지 한쪽을 걷어 올린 채 걷기 불편한 듯 신발을 끌며 복도를 지난다. 이 매체는 “최근 북한군 100명 이상이 병원으로 이송됐다”며 러시아가 적절한 훈련과 지원 없이 북한군을 ‘총알받이’로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텔레그램 계정 ‘노콘텍스트’ 또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남성 7명이 슬리퍼를 신고 평상복 차림으로 병원 복도를 지나가는 영상, 서너 명이 병원 침상에 누워 있는 사진 등을 공개했다. 팔목을 다쳐 깁스를 하거나 다리를 절뚝거리는 이들이 보인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지명한 키스 켈로그가 다음 달 초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할 예정이다. ‘취임 후 24시간 내 우크라이나 종전’을 공약했던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식 전 양측 휴전 협상을 중재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보로 풀이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트럼프 당선인과의 직접 소통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 연락하고 있다”며 “이미 여러 차례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 그가 우리의 계획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말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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