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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벌써 나오는 머스크 리스크?…“정부 기밀 규정 위반으로 조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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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통해 미국 최고 기밀 접근하는데

해외 지도자들 만남·마약류 복용 보고 안 해

정부효율부 수장 임명에 조사도 힘 빠질 듯

“머스크가 책임과 균형 시스템 망가뜨려”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1월19일(현지시간) 머스크가 소유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 의스타십 로켓 6차 시험 비행식에 참석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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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그가 소유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미국 정부의 군사 기밀 보호 규정을 수 차례 위반해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17일(현지시간) 나왔다. 해외지도자들과의 면담 내용과 마약류 복용 등 내용을 정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가 2021년부터 정부에 보고 의무가 있는 내용들을 알리지 않은 사실이 적발돼 국방부 감사관실과 차관실, 미 공군이 각각 조사에 착수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인공위성과 로켓 발사, 우주선 개발 등 사업을 하는 스페이스X는 최고 등급의 정부 기밀에 접근 권한을 갖고 있다. 이 회사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국방부, 항공우주국(NASA)과 최소 100억달러(약 14조3600억원) 규모의 방위 계약을 맺으면서다. 미 정부는 주요 계약 업체들과 협업을 쉽게 하려는 차원에서 기밀 접근 권한을 부여한다. 머스크는 2018년쯤 최고 등급 기밀 접근권을 신청했고, 2년 이상 심사를 거친 끝에 허가가 났다고 한다.

최고 기밀 접근권을 받으면 관련 정부 규정에 따라 사생활이나 해외여행 관련 정보 중에서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보고해야 하지만, 머스크는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외국 지도자들과 만나거나 마약을 투약하는 것은 필수 보고 사항인데도 머스크는 이를 상습적으로 위반해 회사 내부에서도 우려가 커졌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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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27일 일론 머스크가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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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머스크와 만났던 해외 당국자들마저도 그의 기밀 유지 능력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지난 3년간 이스라엘을 포함해 유럽과 중동의 9개국 정부가 이런 걱정을 내비쳤다고 NYT에 전했다. 지난해 이스라엘 국방부 측은 미 국방부와 회의 중에 머스크를 ‘와일드 카드’라고 부르며 그가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라는 점에 우려를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기관의 조사도 머스크나 스페이스X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은 낮다. 머스크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임명된 이후로 국방부에선 머스크와 관련한 조사를 더 이상 논의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두 명의 국방부 관계자가 NYT에 말했다. 그가 정부 기관의 규모와 예산을 대폭 줄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만큼 “표적이 되면 안 된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다음달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 역시 자신의 최측근인 머스크의 기밀 접근 권한을 유지해 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민간기업을 소유한 머스크가 정부 고문에 지명된 직후부터 제기됐던 이해충돌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 계약을 감시하는 비영리단체 ‘정부 감독 프로젝트’의 책임자 대니얼 브라이언은 이번 사례가 이해충돌 문제를 드러낸 첫 사례라고 비판했다. 그는 “머스크는 잘못을 적발하고 그것을 폭로하는 역할을 하는 정부 기관들에 매우 위협적인 환경을 만들고 있다”며 “이는 책임과 견제, 균형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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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러드 아이작먼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 지명자.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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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머스크의 최측근인 재러드 아이작먼 NASA 국장 지명자와 관련한 또 다른 이해충돌 논란도 제기됐다. 아이작먼은 지난 9월 최초의 민간인 우주유영을 했는데, 임무 중에 스페이스X 시설에서 정전이 발생해 최소 1시간 제어 능력을 상실하는 사고가 있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이에 해당 임무를 지휘했던 아이작먼이 NASA 국장에 취임하면 이 사고와 관련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머스크가 자신의 우주 사업 확장 과정에서 여러 안전 문제를 제기해 온 NASA를 눈엣가시로 여겨 온 상황에서, 아이작먼이 수장을 맡으면 기관의 감독 및 규제 능력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머스크는 두 보도와 관련한 취재에 모두 응하지 않았다. 다만 보도가 나온 후 엑스(옛 트위터)에 “딥스테이트(막후에서 암약하는 실세 권력집단) 반역자들이 레거시 미디어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을 이용해 나를 노리고 있다”고 적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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