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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금리 안 떨어지네… 美 장기채 ETF서 대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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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를 빠져나오는 국내 투자자가 늘고 있다.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느릴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채권 금리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TMF(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ares)’를 최근 1개월(11월 18일~12월 17일)간 1억56만달러(약 1450억원) 순매도했다. TMF는 미국 장기채 금리 일일 상승률을 3배로 추종하는 ETF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들은 장기채 금리 일일 상승률을 그대로 따라가는 ETF인 ‘TLT(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ETF)’도 3809만달러(약 550억원) 순매도했다.

조선비즈

일러스트=챗GPT 달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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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로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ETF인 ‘2621(BRJ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 ETF)‘도 국내 투자자가 최근 1개월 새 3010만달러(약 430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 ETF는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한 일본 주식 1위 자리도 니케이225지수 ’곱버스(일일 하락률 2배 추종)’ ETF에 내줬다.

투자자들이 미국 장기채 ETF 매도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채권 금리가 올해 9월을 저점으로 다시 급등한 뒤로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채권 가격이 오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전 세계 채권 금리의 기준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9월 3.599%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다시 4.4% 선을 넘나들고 있다.

시장 참여자 다수가 연준이 금리를 빠르게 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게 채권 가격 정체의 배경으로 꼽힌다. 금리 인하 둔화론의 근거는 크게 2가지다. 먼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수입 물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미국 소비 경기도 활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올해 1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7% 증가했는데, 시장 예상치 0.5%를 웃돌았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2월 정례회의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연준이 오는 18일(현지시각) 성명서를 통해 2025년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언급하거나, ‘데이터에 의존할 것’이라는 신중론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미국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FOMC 이후 연준이 2025년 말까지 금리를 2회 인하할 확률을 32.2%로 본다. 가장 높은 수치다. 금리를 3회 이상 인하할 확률은 29.1%로 일주일 새 10%포인트 넘게 낮아졌다. 같은 기간 금리 인하 1회(28%)와 0회(10.2%) 비중은 커졌다.

미국 금리와 별개로 한국 국채의 매력이 커진 측면도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가 확정된 덕분이다. 당초 예정대로 2025년 1월부터 금투세가 시행됐다면, 연간 250만원 이상 채권 매매차익에 최대 27.5%의 세금이 부과될 뻔했다. 국회에서 금투세 폐지를 결정하면서 한국 국채는 기존처럼 세금 부담에서 벗어났다.

특히 쿠폰금리(표면금리)가 낮은 채권으로 수요가 쏠리고 있다. 최근 1주일간 개인은 표면금리 1.125%인 국고 5년 20-6을 4000억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쿠폰금리가 낮은 채권은 소득세법상 과세 대상인 이자소득 부분이 작아 절세 효과가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채 금리가 현재 2%대로 투자 매력이 낮아지고 있다”면서도 “1% 중반 수준의 쿠폰금리 채권도 여전히 존재하고 금투세도 폐지된 만큼 개인의 채권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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