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기간 가산, 청약가점 경쟁 심해질 수도
침체한 비아파트 활기 더하는 역할도 기대
빌라 보유자의 무주택 인정 범위가 확 넓어지자 주택 시장에서 우려와 기대가 한꺼번에 나온다. 빌라 보유 기간도 무주택 기간으로 인정하면서 가뜩이나 좁은 청약 문이 더 좁아질 거란 걱정이다.
한편으로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빌라 등에 임차해 살던 이들이 '비아파트 매수'를 선택할 개연성도 생겼다. 이를 계기로 전세사기 등으로 침체한 비아파트 시장에 활기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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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보유자, 청약 가점 '쑥'?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늘(18일)부터 빌라 보유자의 무주택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공포·시행된다.
지금까지는 수도권에서 전용면적 60㎡ 및 공시가격 1억6000만원 이하, 지방은 전용 60㎡ 및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인 아파트 및 비아파트 소유자가 청약 때 무주택자로 인정받았다.
앞으로는 수도권에서 전용 85㎡ 및 공시가격 5억원 이하, 지방은 전용 85㎡ 및 공시가격 3억원 이하 빌라를 구매한 경우도 청약 때 무주택으로 간주된다. 비아파트에는 빌라로 통칭하는 다세대, 다가구, 연립주택, 단독주택 등이 포함된다.
이번 개정으로 청약 가점 경쟁은 더 심해질 수 있다. 해당 요건에 해당하는 빌라를 보유한 기간도 무주택 기간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빌라 한 채 보유자는 무주택 기간이 확 늘어날 수 있다. 10년 전 과거에도 그랬다. ▷관련기사: 소형·저가주택 보유자, 청약가점 '최대 32점' 오른다(2014년 10월29일)
가령 무주택 가점이 부여되기 시작하는 만 30세에 빌라를 구입한 A 씨가 있다고 하자. A 씨가 2015년 수도권에서 전용 85㎡ 및 공시가격 5억원(당시) 빌라 한 채를 구입하고 2021년 매도한 뒤 2024년 청약했다면, 개정 전에는 빌라 매도 후 3년을 무주택 기간으로 본다.
그러나 개정 후엔 빌라 보유 기간 전체를 무주택으로 보기 때문에 무주택 기간은 A 씨가 만 30세가 된 이후 청약 시점까지 총 9년이 된다. A 씨의 무주택 청약 가점은 이번 개정 전에는 8점이지만 개정 후엔 20점으로 늘어난다.
A 씨처럼 일정 규모 이하의 빌라 한 채만 보유하던 이들이 청약 시장에 속속 나오게 되면 청약 경쟁 심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청약 가점에서 무주택 기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부양가족 다음으로 높기 때문이다.
주택 청약 가점은 총 84점으로 무주택 기간이 15년 이상(32점), 청약 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인 경우 만점이다.
특히 청약 수요가 높은 수도권이나 이른바 '로또 단지' 등은 청약자가 더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평가회사 리얼하우스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의 당첨 가점을 조사한 결과, 올해 7개 단지를 분양한 강남 3구의 청약 가점 커트라인은 평균 72점이었다.
'공시가 5억원 이하' 빌라 1주택 보유자의 청약 점수 변화/그래픽=비즈워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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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짓는 빌라 시장?
이번 개정으로 청약 시장이 뜨거워진다면 빌라 시장은 조금씩 온기가 돌 거란 기대도 나온다. 빌라를 보유해도 청약 때 무주택 자격이 유지되니 매수세가 다소 붙을 수 있어서다.
무주택 간주 조건에 맞는 빌라 1채만 보유하는 경우 생애최초 및 신혼부부 특별공급 등도 가능하다. 공공분양에도 청약할 수 있다. 아울러 입주자모집공고 시점의 빌라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입주 시점에 공시가가 올라도 청약 당첨 여부엔 지장을 주지 않는다. ▷관련기사:'공시가 5억이하' 빌라 보유자 생애최초 특공도 가능(12월17일)
빌라 시장은 지난 2022년 말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인 '빌라왕' 사태 발생 이후 침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여러 비아파트 정상화 방안을 내놨지만 좀처럼 볕이 들지 않는 모습이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고 전세 수요가 위축되면서 일부 지역에선 역전세, 전세난 등도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서울 연립·다세대 전월세 거래 12만7111건 중 월세가 6만8116건으로 전체의 53.6%에 달했다.
이는 해당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아파트의 월세 계약 비중(41.6%)과 비교해서도 10%포인트 이상 높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고 나면 오히려 빌라를 임차하기보다는 매수를 검토하는 이들이 생길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청약 시장에서만 무주택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당장 큰 변화가 나타나긴 힘들어 보인다는 분석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빌라는 전세사기 등을 겪으면서 '무조건 사면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하지만 이번 개정 시행으로 비아파트 시장에 대한 인식이 변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무주택 기간 때문에 빌라 전세로 거주하면서 대기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데, 이젠 보유하면서 거주해도 문제가 없어졌다"며 "전세 대출도 힘들었는데 오히려 매수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수도권은 신규 분양 물량이 부족하고 주요 지역은 워낙 인기가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청약 경쟁률 자체가 높아지는건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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