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승리 후 첫 기자회견
“김정은·시진핑과 잘 지낸다”
한국 외교 공백, 안보 위험 우려
16일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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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대선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세계 주요국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16일 밝혔다. 그는 70분에 걸쳐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문제 등 미국이 연관된 국제 현안과 더불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및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계획을 두루 설명했다. 하지만 주요 동맹국인 한국과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미 대통령 취임식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며 세계 각국이 트럼프 ‘2기’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외교전을 시작한 가운데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한국의 외교 공백이 안보 위험으로 확대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에 있는 트럼프 별장에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은 당초 손정의(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의 대미(對美) 투자 발표를 위한 자리였다. 이날 회견에 함께 참석한 손 회장은 트럼프 취임에 맞춰 미국에 1000억달러(약 143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1기(2017~2021년) 때 약속하고 실제로 집행한 500억달러에 비해 곱절로 늘어난 규모다. 트럼프는 생중계된 회견에서 손 회장을 ‘마사’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투자 금액을 2000억달러로 올릴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고 손 회장은 “당신의 지원이 있다면 그 목표(2000억달러)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중국·일본 등 한국을 제외한 동아시아 국가 정상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빠른 시일 안에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시진핑과 나는 매우 높은 수준에서 토론해 왔고 편지를 통해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누었다. 중국과 미국이 함께라면 세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 대해서도 “조만간 회담을 갖기를 희망하고 있다. 만나고 싶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한국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모두 없었다. 회견이 트럼프가 일본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배우자인 아베 아키에 여사와 만찬한 다음 날 열려, 일본에 대한 언급이 비교적 많았다. 2022년 총격으로 세상을 뜬 아베 전 총리와 각별히 친했던 트럼프는 아키에 여사와의 회동에 대해 “(아키에) 여사는 매우 친한 멜라니아(트럼프 배우자)에게 연락해 책을 받을 수 있는지 물었고 그렇게 만남이 이뤄졌다. 아베 전 총리는 훌륭한 사람이었고 만찬은 그에 대한 존경심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아키에 여사가 언급한 책은 멜라니아가 지난 10월 낸 회고록 ‘멜라니아’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어 “취임식 전에 이시바와 회담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 나는 사실 아베 여사를 통해 그(이시바)에게 책과 기념품을 보냈다”고 했다. 다만 무슨 책과 기념품인지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래픽=김성규 |
이날 만찬에 트럼프의 측근으로 차기 정부효율부 장관에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동석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머스크는 이날 X에 “아키에 여사에게 존경심을 표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일본 국민에게 (아베 총리 별세에 대한) 애도를 표한다”고 글을 올렸다.
대선 캠페인 기간에 “미국에 강도질한다”고 비난했던 중국의 시진핑 주석에 대해서도 이날 회견에선 호의적으로 발언했다. 그는 “시진핑이 내년 취임식에 참석하고 싶다면 초대하고 싶다. 나는 그와 매우 높은 수준의 토론을 했고 코로나 전까지는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했는데 이후에 멀어졌다”고 했다. “시 주석은 바로 이곳에서 편안한 의자에 앉아 나와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놀라운 사람(amazing guy)”이라고도 했다. 한편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은 트럼프 회견 후인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4년 국제 형세와 중국 외교’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미국과 대화를 유지하고 이견을 관리·통제하며 협력을 확대해 두 대국이 이 별에서 올바르게 공존하는 길을 모색할 용의가 있다”며 트럼프의 ‘덕담’에 화답했다.
유세 때에 이어 최근에도 ‘좋은 관계’임을 거듭 강조하며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해 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선 이날도 “그와 유일하게 잘 지내는 사람이 바로 나”라고 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하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참전한 데 대해선 “미국이 러시아 영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가 사용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됐다. 그로 인해 북한이 개입했다”고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사거리 약 300㎞인 에이태킴스(ATACMS·미 육군 전술 미사일 시스템)를 지원하는 바람에 러시아가 북한군을 전쟁에 끌어들였다고 비난하려는 맥락이었다. 하지만 북한군 파병은 지난 10월로, 장거리 미사일 본토 타격 허가(11월) 전에 이미 이뤄졌기 때문에 이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해선 양국이 모두 “멈춰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최근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에 참석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일화를 소개하면서 “젤렌스키는 평화를 원한다. 우리는 전쟁을 멈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그리고 젤렌스키와 이야기해 (전쟁이라는) 대학살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취임 후 양국과 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내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푸틴과 대화를 나누었느냐는 질문엔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의 전쟁에 관해선 “비비(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애칭)와 최근 좋은 대화를 나눴다. 1월 20일까지 (하마스가 이스라엘에서 납치한) 인질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아주 강력한 반격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1월 20일은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날이다.
최근 반군의 공격으로 축출된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에 대해선 그의 장기 집권이 민주당 정권의 소극적 대응 탓에 가능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나는 (대통령 1기 때) ‘학살자’ 아사드에게 미사일 58발을 퍼부었다. (내 전임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는 계속 ‘레드 라인(한계선)을 넘어선 안 된다’고 말만 했을 뿐이었다”고 했다. 오바마 및 바이든의 민주당 정권이 알아사드의 독재와 학살을 용인해 국민이 더 희생됐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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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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