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맞은편 인도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기자를 제지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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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과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경비가 삼엄해지면서 한때 사라졌던 불심검문이 되살아났다. 대통령 관저 앞 집회를 금지한 법률은 2022년 헌재에서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지만, 경찰은 여전히 관저 앞 집회를 가로막고 있다.
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은 긴장이 감돌았다. 경찰은 관저 쪽 인도에 취재진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원천봉쇄 했다. 관저로 들어가는 골목은 경찰 기동대 버스로 막아 먼발치에서도 못 보게 했다. 한남대로 36길부터 28길까지 약 300m 인도에 경찰이 배치돼 시민 이동을 통제했다. 경찰은 이 구간에 차량이 정차하려고 하면 제지했다. 차량에서 사람이 내리려고 하면 경찰이 달려와 강제로 문을 막았다.
이 지역에선 불심검문이 빈번하게 이뤄졌다. 경찰은 행인에게 공무원증을 제시하고 “목적지가 어디냐” “무엇 때문에 가느냐”고 캐물었다. 관저 입구 인근에 배치된 경찰은 쌍안경으로 맞은 편을 지나는 취재진과 시민 동향을 살폈다. 인근에서 일하는 A씨는 “회사 옷을 입고 다녀도 검문을 한다”며 “예전에는 거의 안 잡다가 비상계엄 이후 많이 잡는다. 오늘 출근할 때도 잡혔다”고 말했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소속 활동가들이 1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한 후 해산하자 경찰이 관저 쪽 이동을 통제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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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이날 오전 10시 인근 교회에서 기자회견을 한 다음 관저 입구 쪽으로 이동했는데 경찰이 가로막았다. 비상행동 회원들은 “개인이 집에 가겠다는데 통행을 방해하냐”라거나 “길 말고 관저 앞을 막으라”고 항의했다. 경찰은 상황 종료 뒤 현장을 떠나려는 취재진의 통행도 “목적이 분명하므로 지나갈 수 없다”고 가로막혔다. ‘통제하는 근거가 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앞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 11일 경찰이 지나는 이들을 모두 멈춰 세우고 목적지를 물었다. 신분증을 양팔 높이 들어 통행을 허락받는 공무원 모습도 보였다. 평소엔 아무 제약 없이 다닐 수 있는 길이지만, 이날 경찰은 ‘군사 보호 시설’이라며 불심검문을 실시했다. 취재진이 “누가 지시한 것이냐, 대통령이냐”라고 항의하자 한 경찰관은 “궁극적으로 그렇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한다고 의심할 만한 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등에 대해서만 불심검문을 허용한다. 대통령경호법은 대통령 경호처장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검문·검색, 출입통제를 할 수 있다고 정했다. 박한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경찰이 대통령경호법의 불심검문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헌법상 신체의 자유, 이동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관저 앞 집회를 막으려고 ‘꼼수’를 동원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헌재는 2022년 12월 대통령 관저 인근 100m 이내 모든 옥외 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14일 군인권센터가 오는 21일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하자 금지 통보했다. 경찰은 집회 개최 장소인 한남동 관저 일대가 주거지역이라며 “해당 지역 거주자가 경찰서장에게 시설 및 장소 보호를 요청한 상태”라는 이유를 들었다.
군인권센터는 “집회 신고를 낸 곳은 주거시설로 보기 어려운 지역”이라며 “‘시설 및 장소 보호 요청’을 낸 거주자는 내란수괴 피의자 윤석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집무실과 관저를 옮겼지만 헌재의 탄핵심판대에 오른 지금까지도 이 약속은 공염불에 머물러 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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