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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자체 칩 만든 中 가전기업 ‘그리’... 구형 반도체 위협에 美 포위망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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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가전기업 ‘그리전기’가 자체 칩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리전기는 세계 에어컨 및 공조(HVAC) 시장 선두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약 2040억위안(약 40조원)을 기록했다. 그간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칼날에서 비켜나 있던 레거시(구형)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이 위세를 떨치차 미국 정부는 중국산 구형 반도체에 대한 무역 조사를 시작할 전망이다.

16일(현지시각) 그리전기의 동밍주 회장은 중국 현지 매체 시나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회사가 반도체 연구, 설계, 제조 능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리전기가 자제 칩 개발에 나선 지 6년 만에 달성한 성과다. 동밍주 회장은 “중국 정부의 자금 지원 없이 이뤄낸 결과”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그리전기가 현재 생산할 수 있는 칩의 구체적인 종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비즈

일러스트=챗GPT 달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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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메이디 등 중국 가전 및 IT 기기 제조업체들은 반도체 자립도를 높이고 공급망 탄력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수년간 자체 칩을 개발해 왔다. 그리전기 역시 2018년 ‘스마트홈 제품 생산 확대’를 목표로 내걸고, 회사의 주력 제품인 에어컨용 칩을 우선 개발하기 위해 자회사를 설립했다. 앞서 지난 3월 동밍주 회장은 그리전기가 실리콘 카바이드(SiC) 칩 공장을 짓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첨단 칩에 비해 성능이 낮은 구형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자립도가 높아지면서 미국은 규제 범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구형 반도체 생산에 대한 무역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부는 안보 위협을 이유로 2년여 전부터 중국이 최첨단 반도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해 왔으나, 구형 반도체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러나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 무기, 통신 네트워크 등 광범위한 제품을 구동하는 데 쓰이는 구형 반도체를 두고 중국산 역습이 심화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미 정부 통계에 따르면 향후 3~5년간 전 세계 신규 구형 칩 공장의 절반가량이 중국 기업에 의해 지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그만큼 중국 의존도가 커지는 데다 이런 반도체가 무기 등에 통합되면 사이버보안 위협이 커진다고 미국은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이번 무역 조사는 궁극적으로 중국산 구형 반도체와 이를 포함한 제품에 대한 관세, 수입 금지 등의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산 칩은 그 자체로 미국에 들어가기보단 가전제품 등에 탑재돼 수출되기 때문에 미 상무부는 제품 안에 들어있는 칩에만 관세를 적용하는 ‘부품 관세’를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지난 7일 “중국은 보조금으로 새 공장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이를 글로벌 시장에 덤핑해 가격을 낮추고 있다”며 “이는 공정하지 않으므로 관세를 부과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구형 반도체에 대한 무역 조사에 착수하더라도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6개월 이상이 필요해 최종 결정은 내년에 들어설 트럼프 행정부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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