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올해 수주한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의 최종 계약을 마무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한수원,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이 참여한 ‘팀 코리아’는 지난 7월 체코 정부가 발주한 두코바니 원전 2기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 사업은 총 24조원 규모로 내년 3월에 최종 계약이 이뤄진다.
체코에 신규 원전이 들어설 예정부지인 두코바니 전경./한수원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두코바니 원전 수주는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의 원전 수출로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주요 성과 중 하나였다. 팀 코리아는 이 사업을 수주하면서 향후 추가 발주될 예정인 체코 테멜린 지역의 원전 2기 사업에서도 우선 협상권을 갖는 옵션도 취득했다.
업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탄핵됐지만, 이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 그러나 원전 수출 계약에서 국가 정상이 앞장서 ‘세일즈맨’으로 뛰었던 전례를 감안하면, 테멜린 신규 원전 2기를 포함한 앞으로의 사업은 추진 동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취임 이후 원전 사업 육성을 주요 과제로 꼽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국내에서는 2016년 새울 3, 4호기 이후 8년여 간 신규 원전의 착공이 멈춘 상황이었는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난 9월 신한울 3, 4호기가 새로 건설 허가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체코의 페트르 파벨 대통령과 만나 원전 수주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최근 원전에 대한 수요는 전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수급 불안이 길어지면서, 많은 국가가 원전 신설을 검토 중이다. 또 최근 전기차, 인공지능(AI) 시장의 빠른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점도 원전 시장이 커지는 이유로 꼽힌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올해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 원전 발전 용량이 지난해 말 기준 371GW(기가와트)에서 오는 2050년에는 2.5배 수준인 950GW로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지난해까지 전세계에서 가동된 원전이 총 410여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향후 25년 간 500기 이상의 원전이 추가로 건설돼야 하는 셈이다.
세계원자력협회(WNA)는 현재 1000조원 수준인 전세계 원전 시장 규모가 2035년 1653조원으로 10년 간 60% 넘게 성장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맞춰 2050년까지 원전 발전 용량을 현재의 3배 수준으로 늘리기로 하는 내용의 로드맵을 지난달 발표했다. 사진은 미국 테네시주의 세쿼야 원전. /조선DB |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원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 국의 발걸음도 빨라지는 추세다. 미국은 지난달 신규 원전을 추가하고 가동이 중단된 원전을 되살려 2050년까지 원전 발전 용량을 현재의 3배 수준인 300GW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원전 확대 로드맵’을 발표했다. 지난달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원전 확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혀, 이 로드맵은 차기 행정부에서도 그대로 승계될 가능성이 크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원전 수주는 국가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고, 민·관의 협업과 빠른 추진력도 필요하다”며 “총리의 권한 대행 체제가 장기간 지속되거나, 차기 정부에서 소극적인 입장을 보일 경우 추가 원전 수주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 가결 이후 정국을 주도할 가능성이 커진 더불어민주당은 아직까지 원전 산업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은 지난해 원전 관련 예산을 감액했지만, 올해는 2139억원의 원전 관련 예산을 삭감 없이 통과시키는데 동의했다. 그러나 신규 원전 건설이 포함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여전히 원전 사업 지원에 불확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