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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트럼프 오는데…휘청이는 유럽, 프랑스 이어 독일 정부도 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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숄츠 총리 신임안에 반대표 던진 독일 의회…
프랑스도 62년만에 내각 붕괴 극심한 혼란…
"트럼프 취임 앞두고 EU 주요국 리더십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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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의회는 16일(현지시간) 올라프 숄츠 총리 신임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찬성 207표, 반대 394표, 기권 116표로 부결했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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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이어 독일도 행정부 붕괴 위기에 놓였다. 유럽연합(EU) 경제 대국인 두 나라 모두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총리와 정치권이 극심한 갈등을 벌이다 결국 총리 불신임 사태를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경제·안보 등 기민한 의견 조율이 필요한 때 유럽 주요국들이 리더십 부재 상태에 놓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AFP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을 종합하면 독일 의회는 이날 올라프 숄츠 총리 신임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찬성 207표, 반대 394표, 기권 116표로 부결했다.

의회에서 신임을 받지 못한 숄츠 총리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 9월로 예정됐던 독일 총선은 내년 2월23일로 앞당겨 치러지게 됐다. 새 정부가 구성되기 전까지는 숄츠 총리와 현 내각이 권한을 행사한다.

의원내각제인 독일에서 대통령은 상징적 국가원수에 불과하고 실권은 의회가 선출한 총리에 있다. 정치 불안을 막기 위해 총리만 신임 투표를 발의할 수 있고, 여기서 패할 경우에만 의회 해산, 선거 소집 등이 가능하다. 이번 표결 역시 숄츠 총리가 자신의 신임 여부를 표결해 줄 것을 의회에 요청해 이뤄졌다.

독일 건국 75년(옛 서독 포함) 동안 신임 투표를 거쳐 의회 해산, 조기 총선이 진행된 건 3차례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합의를 바탕으로 안정된 연합정부를 구축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독일에서 불안정한 정치의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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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내각제인 독일에서 대통령은 상징적 국가원수에 불과하고 실권은 의회가 선출한 총리에 있다. 정치 불안을 막기 위해 총리만 신임 투표를 발의할 수 있고, 여기서 패할 경우에만 의회 해산, 선거 소집 등이 가능하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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숄츠 총리는 2021년 9월 총선에서 자신이 속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사민당)과 우파 성향의 자유민주당(자민당), 좌파 성향의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해 집권했다. 연립정부 각 정당의 상징색이 빨강, 노랑, 초록이라는 이유로 '신호등 연정'으로 불렸다. 하지만 정치 성향이 확연히 달라 자주 갈등을 빚었고 결국 지난달 자민당의 탈퇴로 연정이 깨졌다.

현재로선 조기 총선에서 숄츠 총리가 연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도 우파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기민당·기사당) 연합이 조기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론조사기관 인자(INSA)가 지난 9~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민당·기사당 연합 지지율은 31%로 주요 정당 중 가장 높았다. 이어 극우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이 지지율 20%를 차지했다. 숄츠 총리가 이끄는 사민당 지지율은 17%에 머물렀다. 다만 어느 정당이라도 집권당이 되려면 연정이 불가피해 각 정당의 힘겨루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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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하원이 4일(현지시간) 미셸 바르니에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의회 결정에 따라 바르니에 총리와 그가 이끄는 프랑스 정부 내각이 3개월 만에 총사퇴하게 되면서 프랑스 정국이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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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하원의 총리 불신임안 가결로 62년 만에 내각이 붕괴한 데 이어 독일 총리까지 의회 신임을 받지 못해 정치적 위기를 맞은 배경에는 경제난이 있다. 독일의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0.1%다. 그동안 독일 경제를 이끌어 온 자동차 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올해 재정적자가 GDP의 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EU 권고 기준인 3%보다 2배 높은 것이다.

극우 정당의 급부상도 정치 세력의 분열과 혼란을 몰고 왔다. 독일 정치는 중도 성향의 사민당과 기민당·기사당 연합이라는 두 거대 정당이 주도해 왔으나 최근엔 극좌·극우 등으로 정치 지형이 세분화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이 주요 정당으로 자리 잡았다. AFP는 제2차 세계대전의 어두운 역사 때문에 오랜 기간 우익 극단주의 정당을 금기시해 온 유럽에서 극우당의 부상은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봤다.

독일과 프랑스의 정치적 혼란이 EU 전체 위기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와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가 오가는 중요한 시점에 EU를 대표하는 두 나라가 불확실성에 빠졌기 때문이다. 파리공과대학교의 정치학자 클레어 드메스메이는 "유럽 주요국들은 현재 사회 내부 공포를 정치에 반영하는 전면적인 방향 전환 과정에 있다"며 "글로벌 이슈보다 내부의 문제를 우선 해결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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