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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2위 거래소 빗썸, 코인 불장 소외되자 ‘법인 영업’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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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시황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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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10만7000달러 선을 넘어서는 등 ‘코인 불장’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며 가상자산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하지만 국내 2위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은 마케팅에 수백억원을 투자하고도 점유율 반등에 실패했다. 빗썸은 돌파구 마련을 위해 법인이라는 새로운 고객 시장을 누구보다 먼저 선점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1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주부터 법인영업을 위한 인재를 채용 중이다. 채용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팀장은 7년 이상, 직원은 4년 이상의 법인 영업 실무 경험을 요구하고 있다. 업비트나 코인원 등 국내 여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도 법인계좌 허용에 따른 사업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계획이 실행 중인 거래소는 빗썸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빗썸이 법인영업팀을 신설해 금융권의 법인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마케팅을 기획하고 고객을 발 빠르게 유치하려는 계획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금융위원회에서는 정책자문기구인 가상자산위원회의 조언에 따라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단계적으로 허용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부적으로 정한 상태다. 내년부터 대학과 중앙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등 비영리재단이 기부받은 가상자산의 투자를 우선적으로 허용하고, 그다음으로 기업과 거래소 등 영리단체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앞서 법인 계좌는 이달 중 허용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비상계엄과 탄핵 등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연내 발표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미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는 수많은 법인계좌들이 개설되어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원화로 거래하기 위해서는 은행에 연결된 실명계좌가 있어야 한다. 금융 당국은 금융 안정성 유지 및 소비자 보호, 자금 세탁 방지 등의 이유로 법인의 실명계좌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빗썸은 새로운 고객이 절실한 상황이다. 내년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는 빗썸은 지난해부터 수수료 전면 무료화, 제휴 은행 변경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업계 최초로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 무료’라는 정책을 내놨다. 거래소의 수익은 사실상 거래 수수료가 대부분인데, 수수료를 포기하면서도 점유율을 끌어모으겠다는 게 빗썸의 결정이었다. 빗썸의 일반 거래 수수료는 0.04% 수준으로, 국내 점유율 1위인 업비트(일반 거래 수수료 0.05%)보다 다소 낮다.

빗썸의 수수료 무료 이벤트의 효과는 확실했다. 10%대에 머물며 지지부진하던 빗썸의 점유율은 올해 30%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신규고객을 잡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최근 가상자산 호황에 빗썸의 점유율은 오히려 20%도 안 되는 수준으로 다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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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빗썸 라운지 강남점 전광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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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좋아져도 과거 투자자들이나 신규 투자자들은 보통 점유율이 가장 높은 업비트로 돌아오기 때문에, 업비트의 점유율만 높아지게 된 것이다. 결국 빗썸은 지난해 마케팅에만 100억원가량을 쏟아붓고, 수수료 이벤트로 하루 평균 10억원가량의 수익까지 포기했음에도 업비트의 점유율을 온전하게 뺏어올 수는 없었다.

업계에서는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산업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는 법인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생태계가 구축됐다. 예컨대 미국 법인은 비트코인 등을 투자 자산으로 비축하거나, 자사 제품 판매 대금을 코인으로 결제하고 가상자산 관련 신규사업을 개시하는 등 다양한 사업영역을 갖췄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한 사실상 ‘비트코인 기업’이다.

빗썸은 수수료 무료나 각종 이벤트로 끌어올릴 수 없었던 점유율을 법인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해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빗썸은 채용 중인 인력을 곧바로 법인 실명계좌 영업에 투입할 수 없겠지만, 법인 투자가 가능하게 되면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빗썸 관계자는 “현재 채용 기준은 법인 영업 경력이며 법인 고객을 유치하고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성과 관리 및 영업 전략을 기획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서연 기자(mins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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