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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이슈 세계 속의 북한

트럼프, 당선 후 첫 회견…中·日정상과 김정은 언급, 한국만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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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전 日총리 회동 가능성에 “보고싶다”

“김정은과 잘 지냈다” 또 친분 과시… “習는 좋은 친구”

한국은 비상계엄 이후 대미 아웃리치 사실상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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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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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6일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에서 마사요시 손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1000억 달러(약 143조원) 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기자들과 각종 이슈에 관한 질의응답을 주고 받았는데 지난달 5일 대선에서 승리한 뒤 진행된 사실상 첫 기자회견이었다. 트럼프는 자신이 취임식에 초청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전날 만찬을 같이한 아베 아키에 여사를 통해 ‘책과 물건’을 전달했다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에 이어 북한 김정은까지 언급했지만 동북아의 동맹국인 한국에 관한 얘기는 없었다. 트럼프 정부 출범을 한달 여 앞두고 주요국 대부분이 치열한 외교전에 뛰어든 가운데, 한국은 비상 계엄과 탄핵 정국 여파에 따른 외교·안보 리스크가 부각되는 모습이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트럼프의 기자회견은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굵직한 외교·안보 현안부터 최근 뉴저지주에 출몰한 정체불명의 드론, 중국계 회사가 모기업인 소셜미디어 틱톡 매각까지 다양한 분야를 망라했다. 트럼프는 조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인 에이태킴스(ATACMS)를 사용해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승인한 것을 언급하며 “북한 군인을 불러들인 나쁜 일이자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에 대해 “내가 잘 지내는 또 다른 사람”이라며 다시 한번 친분을 과시했다. 트럼프는 지난 12일 시사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잘 지냈고, 그가 제대로 상대해 본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또 자신의 외교·안보 분야 책사이자 측근인 리처드 그리넬을 대통령 특사로 임명하며 북한 관련 임무를 부여해 취임 후 미·북 대화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트럼프는 전날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배우자인 아키에 여사와 만찬을 한 사실도 알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자인 멜라니아와 함께 트럼프 2기 최고 실세로 꼽히는 정부효율부(DOGE)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배석했다고 한다. 머스크는 이날 X(옛 트위터)에서 “아키에 여사에게 존경심을 표시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했다. 트럼프는 아베에 대해 “훌륭한 사람”이라 평가하며 아키에를 통해 이시바 총리에 “책과 몇몇 다른 물건을 보냈다”고 했다. 또 취임 전 일본 정상과의 회동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그들(일본)이 원하면 그렇게 할 것” “만나고 싶다(love to see)”고 했다. 이시바는 지난달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귀국길에 트럼프와 만나려 했지만 불발됐다. 일본은 지난 4월에도 집권 자민당의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재가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와 1시간 만나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아소는 한일관계 개선과 셔틀외교 복원 등 굵직한 외교 현안이 있을 때 막후에서 ‘해결사’ 노릇을 했던 인물이다.

주일대사로 트럼프의 오랜 후원자인 조지 글래스 전 포르투갈 대사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는 이를 확인하거나 부인하지 않았지만 “글래스를 존경하고 그가 1기 때 대사로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했다. 이어 기자회견이 끝난지 반나절도 되지 않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을 통해 글래스 지명 소식을 발표했다. “전직 투자은행 사장으로서 대사직에 자신의 사업가적인 통찰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그는 항상 미국을 우선시할 것이다. 축하한다 조지”라고 했다. 트럼프는 1기 때는 주일대사에 빌 해거티를 기용했고, 이후 해거티는 트럼프 일가의 지원 아래 상원에까지 입성했다. 지난 6일 중국 대사에는 역시 ‘충성파’라 할 수 있는 데이비드 퍼듀 전 하원의원을 지명했는데, 동북아 주요국 중 한국 대사만 발표가 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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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만난 트럼프(왼쪽), 아베 아키에 여사(가운데), 트럼프의 배우자 멜라니아 여사. /X(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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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자신이 정치·경제 분야에서 강공 노선을 천명한 중국의 시 주석에 대해서도 “미국과 중국은 세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과거) 시 주석과 편지로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내 친구였고 놀라운 사람”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내년 1월 20일 의회 의사당에서 있을 대통령 취임식에 시진핑을 초대한 상태다. 그는 시진핑의 참석 여부에 대해 “잘 모르겠고 이와 관련해 대화하지 않았다”면서도 “코로나 전까지 좋은 관계였고, 코로나가 그 관계를 끝내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은 트럼프 당선 이후 로비업체를 추가로 고용하는 등 물밑 접촉을 확대하고 정상 간 ‘골프 외교’도 추진했지만, 이달 초 비상계엄과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통과 여파로 대미(對美) 아웃리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트럼프 정부 출범을 전후해 미국을 찾으려던 우리 정부 고위급 인사도 대부분 일정을 취소했고 한미 간 외교 이벤트도 줄줄이 연기됐다. 오바마 정부 때인 2009~2012년 주미대사를 지내 미 민주당 실력자들과 친분이 깊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를 해 “한미동맹 약화는 없다”고 했지만, 트럼프 측과는 접촉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2017년 트럼프 1기 출범을 앞두고도 한국은 권한대행 체제라 통화 등에 있어 후순위로 밀렸고, 북한 핵·미사일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같이 중요한 양자 현안은 그해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야 유의미한 논의가 가능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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