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한 4일 새벽 CNN과 NHK 등 주요 외신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2024.12.4/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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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한국민은 승리했다." 외신들은 세계 10대 경제대국 한국의 계엄령에 적잖게 놀랐었다. 그러나 이후 2주도 지나지 않아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자 이를 더 신기해하는 분위기다.
지난주 탄핵안이 국회에서 첫 번째 부결됐을 때만 해도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분명한 건 혼란 속에서도 유혈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거다. 이후 국회의 두 번째 탄핵소추 시도는 성공했다. 불법적 계엄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짧은 시간 내에 심판 받는 걸 보고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재평가하는 것이다.
혈맹인 미국도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습이다. 미 국무부는 14일 탄핵안 가결에 대해 "한국 국민을 강력하게 지지하며, 철통 같은 한미동맹도 공고히 할 것"이라고 했다. 탄핵 집회가 소요사태로 비화하지 않은 걸 축하하며 최고지도자에 우선하는 국민주권을 인정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한국 대통령의 탄핵은 민주주의 회복력의 증거"라며 "서울의 새 지도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이 민주적 회복력을 보여줬다는 점"이라며 "우리는 헌법에 규정된 절차를 평화롭게 따르는 것을 보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 보수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탄핵의 문제를 끝없는 양당 대립에서 찾았다. 터프츠대 플레처 스쿨의 아람 허 교수 발언을 인용해 "이전에 억압받던 정당이 권력을 잡으면 반격을 시작한다"며 "한국의 좌파는 우파가 그들을 억누르기 위해 항상 이렇게 했기 때문에 복수심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이유를 야당의 공격 때문으로 돌린 것에 주목하며, 그가 임명한 관료 22명이 야당에 의해 탄핵된 상태였고 영부인 역시 특별조사를 앞두고 있어 다급해진 통수권자가 궁지에 몰려 계엄을 선택했다는 시각도 보였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강원택 교수는 "정책적 차이에서 비롯된 싸움이라기보다는 단순히 상대방을 싫어하는 데서 비롯된 싸움"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WSJ도 전두환 계엄 시절 대학생이던 현 대통령이 한때 그에 대해 "정치에 능숙하다"며 옹호한 전력을 지적했다. 적어도 정치가로서는 그가 선택한 '오마주'가 최악이었다는 비판을 한 것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 이전에 보수당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와 이명박이 투옥됐던 것을 거론하며 그의 미래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을 내놨다.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각계각층의 국민을 여러 방식으로 소외시켰다고 지적했다. 시대와 동떨어진 그의 권위주의가 취임 후 단계적으로 지지층 이탈을 이끌었고, 마지막엔 계엄이라는 구시대적 선택으로 국민 대부분의 외면을 자초했다는 비판이다. NYT는 취임 초 납세자들의 반발 속에서도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것부터 꼬집었다.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날리면' 설화를 제대로 해명하지 않았고, 그를 보도한 언론을 탄압했으며, 이태원 할로윈 참사로 공공안전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밀어붙인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독립유공 세력의 지지 이탈을 불러왔고, 양곡관리법에 대한 거부권 사용도 농심(農心) 이반을 가져왔다. 간호법 거부권 행사와 의대정원 확대에 따른 대란은 의료인 전체의 반발을 불러온 계기가 됐다고 봤다.
대통령은 여주지청장 시절 국회 증인으로 나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강단있게 답해 인기를 끌었다. 정권이 바뀌자 승승장구하며 전직 대통령 두 명을 투옥시켜 검찰총장이 됐고, 이후엔 당시 여권의 차기 주자였던 법무장관을 조사해 일가를 구속시키면서 국가지도자의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사람이 아니라던 충성의 대상은 지지자들이 내심 기대했던 국가도 아니었던 것일까. 권한을 잘못 사용한 나머지 국가를 혼란에 빠트린 상황을 국민들은 몸소 겪었고 세계도 놀라며 지켜봤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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