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
상장 기업의 주식은 거래소를 통해 거래된다. 누구든 사고팔 수 있고, 수급에 따라 시가는 지속해서 변동된다. 그러나 상장 기업이 M&A 거래의 대상이 되는 경우, 시가대로 거래되는 경우는 없다. 계약 체결일을 기준으로 전일 종가, 1개월 평균, 3개월 평균 등이 참고가 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협상을 통해 거래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상장 기업의 경영권 지분이 거래되는 경우, 시가보다는 해당 기업이 가진 내재 가치 혹은 미래 가치가 훨씬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그로 인해 시가 대비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차이를 ‘경영권 프리미엄’이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회사의 경영권 지분은 경영권과 무관한 시가보다 더 높은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김지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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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롯데렌탈의 지분 56.2%에 대해, 주당 7만7115원을 지불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날 종가 3만3350원에 130%가 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33.8%의 주주들은 여전히 거래소를 통해 3만 원대에 머물러 있는 시가에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등장한 것이 의무공개매수제도다. 그 취지는 상장 기업의 경영권 지분 혹은 그에 준하는 지분이 거래되는 경우, 소액 주주들에게도 같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유럽연합(EU)·영국·일본 등은 이미 도입했고, 미국도 이사회의 전체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규정을 통해 사실상 도입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이 제도의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두 건을 여·야에서 각각 발의한 상태다. 해당 개정안에는 두 가지 눈에 띄는 차이가 있는데, 첫째는 적용 대상에 있어서 ‘25% 이상의 지분을 인수하여 최대 주주가 되는 경우’로 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25% 이상’이면 다 적용할 것인가이다. 둘째는 잔여 지분의 공개 매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예를 들어 50%) 이상’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잔여 지분 전부’로 할 것인가이다.
그런 개정안의 세부 내용 차이가 M&A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기업과 사모펀드 등 시장 참여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현재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엄중한 정치 상황이 지속 중이라 어느 안으로 언제 도입이 확정될지는 미지수이나, 도입 자체는 이미 기정사실화됐다고 보면 된다. 경영권 프리미엄의 시대는 그야말로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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