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당대표직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극심한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탄핵안 가결 직후만 해도 물러날 뜻이 없었던 한동훈 대표는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이 전원 사퇴하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16일 퇴진했다. 취임 5개월 만이다. 이로써 여당에는 현 정부 출범 이래 5번째 비대위가 예고됐다. 중도 사퇴한 당 대표 3명에다 직무대행·권한대행 체제 4번까지 포함하면 12번째다. 2년 7개월여 동안 약 3개월에 한 번꼴로 당의 얼굴이 바뀐 것으로 취약한 여당 사정을 보여준다.
탄핵 가결 직후 열린 14일 의원총회는 두 동강 난 집권당의 난맥을 그대로 드러냈다. 원외인 한 대표 없이 시작한 의총은 “배신자” “이기주의자”라는 외침이 터져 나오는 등 탄핵에 찬성한 한 대표 성토장이었다. 몇몇 의원은 주먹으로 책상을 치며 “한 대표 데려와”라고 외쳤다. 중간에 입장한 한 대표는 “탄핵은 필요했다”며 “제가 탄핵안에 투표했나” “계엄을 했나”라고 맞섰다. 이에 연단으로 뛰어나가 삿대질을 하거나, 물병을 집어 던지는 의원들도 있었다고 한다.
탄핵 반대 의원들은 찬성파 의원들을 배신자로 몰아붙이며 함께 당을 할 수 없다고 벼르고 있다. 친한계 측은 “계엄에 찬성한 이들이야말로 내란의 부역자”라고 반격하는 등 봉합이 힘든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모습은 집권당이 지금의 국정 위기가 안중에 있기는 한지 의심하게 만든다. 대통령의 국정 실패를 내내 감쌌던 집권당은 공동 책임을 느껴야 정상이다. 그럼에도 대다수 의원은 참회는커녕 비상계엄이 잘못이었다는 말 한마디를 못 한다. 비대위원장이 누가 된들 무슨 변화가 있겠나.
탄핵에 반대했던 의원들은 배신자 프레임만큼은 피하려는 듯하다. ‘대통령에 대한 의리’라는 시대착오적 말을 반복할 뿐이다. 박근혜 탄핵 후 대선, 지방선거, 총선에 연전연패한 트라우마 때문이라지만 탄핵 때문이 아니라 낡은 당을 쇄신하지 못한 정치의 실패였다. 한 대표 역시 계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곤 하지만 당의 흐름을 바꿔 놓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당원게시판 등으로 에너지를 허비했고,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를 걷어찼다.
당분간 정국은 현직 대통령의 소환 등 수사와 탄핵 심의가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여당이 민심과 상식을 따른다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지적받고 선거에 패배하고도 모른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