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관련 입장을 밝히기 전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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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인 14일 오후 국민의힘 의원총회는 한동훈 대표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의사를 밝혔던 친한동훈(친한)계 일부 인사가 “저는 사실 반대표를 던졌다”고 주장한 것도 한 대표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혔다.
15일 당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 탄핵 표결 전만 하더라도 국민의힘에선 부결 가능성이 거론됐다.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던 7명(김상욱ㆍ김예지ㆍ김재섭ㆍ안철수ㆍ조경태ㆍ진종오ㆍ한지아) 가운데 진종오 최고위원과 한지아 수석대변인이 찬성 아닌 기권 의사를 밝혔다. 비공개 의총에서 탄핵 찬성 의사를 묻자 고동진ㆍ김건ㆍ김소희ㆍ김재섭ㆍ안상훈 의원 등 친한계 초선 5명만 손을 들었다. 서범수 사무총장과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 등도 기권하겠다고 했다. "이탈표가 상당할 것"이라는 세간의 분석과는 분위기가 달랐던 것이다.
이에 원내지도부는 찬성표가 9표 전후일 것이라 보고 이들의 마음을 돌리려 개별적으로 접촉했다. 2명만 마음을 바꿔도 탄핵이 부결될 거란 계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탄핵안은 찬성 204표로 가결됐다. 재적의원의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해야 통과되는데, 야당 의원 192명이 전원 찬성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여당에서 최소 12명이 찬성표를 던진 셈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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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과 다른 결과에 탄핵안 통과 직후 의총 분위기는 살벌했다고 한다. 한 참석 의원은 “친한계 핵심 의원 숫자와 엇비슷한 12표로 탄핵안이 가까스로 가결되자 의원들이 엄청 열 받아 했다”며 “한 대표가 찬성을 추동한 탓에 가결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표결 전 의총에서 찬성하겠다던 고동진 의원과 기권 의사를 밝혔던 진종오 최고위원은 연달아 발언권을 얻어 “사실 탄핵 반대표를 던졌다”고 주장했다.
친한계 의원 일부가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바꾸면서 한 대표에 대한 성토는 더 커졌다. 비서실장인 박정하 의원에게 “한 대표를 의총장으로 데려오라”는 주문이 잇따르자, 박 의원은 “대표를 모셔오라고 하지 말아 달라. 대표가 사무실 방에 있는데 저도 못 들어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주호영 부의장이 “그래도 지금 대표를 모시고 올 사람은 박 의원밖에 없다”고 하자 박 의원은 “비서실장을 그만두겠다”며 직을 던졌다.
이에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접 한 대표를 찾아가 의총 참여를 요청했다. 잠시 뒤 의총에 나타난 한 대표는 “탄핵은 불가피했다”는 취지로 짧게 말한 뒤 의원들에게 “질문을 하시라”고 했다. 이어 한 대표와 의원들 간의 설전이 시작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담화에 대해 언급하자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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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자 의원이 “당 대표가 왜 당론을 따르지 않느냐. 누굴 위한 당 대표냐”고 따지자 한 대표는 “제가 투표를 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저는 분명히 어떤 의도라고 밝혔고, 이후 헌법기관 한분 한분이 투표해서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 대답을 듣느라 조용하던 의총장은 이때부터 고성으로 뒤덮였다.
▶김미애 의원=“탄핵 찬성을 밝히기 전에 당원 의견 수렴 절차가 있었나.”
▶한 대표=“여러분 의견 모아서 말한 게 아니다. 당 대표 입장에서 의견 낼 수 있다.”
▶김민전 최고위원=“한 대표가 윤 대통령 직무수행이 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대표도 더는 당 대표 직무수행이 불가능하고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만두셔라.”
▶한 대표=“여러분, 비상계엄은 제가 한 게 아니다.”
▶김정재 의원=“(한 대표는) 우리 당이라고 할 수 없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장동혁 의원이 나가는 사이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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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한 대표를 향해 “이야 저런 식으로 넘어가는구나”, “대표 불신임안을 제안한다”, “한 대표 내려와라”는 등의 고성이 잇달았다. 한 대표가 설전 도중 옅은 웃음을 짓자 한 남성 의원은 “이게 지금 웃을 일이냐”며 소리쳤다고 한다.
한 대표는 의총 참석 9분 만에 자리를 떴다. 한 대표 퇴장 직후 발언을 자청한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더는 미룰 필요가 없어졌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앞서 장 최고위원은 한 대표가 의총에 참석하기 전 “탄핵 가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한 대표의 입장을 들어본 뒤 거취를 정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장 최고위원이 직을 던지자 김민전ㆍ인요한ㆍ진종오 최고위원도 연달아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동훈 지도부’가 사실상 붕괴하는 순간이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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