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을 만나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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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국민의힘에 경제·민생 분야에 한정한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에 응해달라고 촉구했다. 전날 정부와 국민의힘을 향해 내놓은 국정안정협의체 구성 제안에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거부 의사를 밝히자 ‘협의 범위’를 좁혀 다시 제안한 것이다. 협의체 운영의 주도권도 양보할 수 있다고 했다. 수권 능력에 유연성을 갖춘 안정된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논의의 주도권은 국민의힘이 가져가도 좋고 이름이나 형식, 내용이 어떻게 결정되든 상관없다”며 “혹시라도 국정 전반에 대한 협의체 구성이 부담스럽다면, 경제와 민생 분야에 한정해서라도 협의체를 구성해줄 것을 국민의힘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정안정협의체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도 동의하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메시지 범위를 외교·안보 이슈로 확장했다. 이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대사를 북한 담당 특별임무대사로 지명한 것과 관련해 “미국 차기 정부가 북한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뜻이 반영된 특사 지명을 적극 환영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에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제임스 김 회장을 만나 “이 혼란들은 빠른 시간 내에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서 진정될 것이고, 대한민국이 얼마나 강력한 민주주의 체제를 자랑하는지 세계가 인정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이런 행보는 내란 수괴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경제와 외교·안보 등 중도층이 관심을 갖는 이슈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에 속한 한 의원은 “당분간 이 대표 주변에선 누구도 ‘대선’이란 두 글자를 입에 올리지 않을 계획”이라며 “민생·경제, 외교·안보 영역에서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고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일정과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는 19일 상법 개정 토론회를 여는 것도 그 일환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에 대한 견제를 이어갔다. 권성동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이재명 대표의 여러가지 월권성 발언들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다”며 “벌써부터 대통령이 다 된 듯한 대통령 놀음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해 ‘현상 유지 관리가 주 업무’라고 말한 것을 겨냥해서도 “무엇이 현상 유지이고 무엇이 현상 변경인가. 민주당의 당리당략에 따라 권한대행의 권한을 제약하겠다는 뜻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 대표가 국방부 장관 임명 필요성을 제기한 것에 대해선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이 대표의 입장에 공감과 환영의 뜻을 표한다”며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청장 임명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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