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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국민의힘 의원들, 계엄군 병사들만도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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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언론인)]
12·3 내란이 다행히 유혈사태로 치닫지 않은 것은 부당한 명령에 맞서는 분별력과 용기를 지닌 현장 지휘관과 장병들의 역할이 컸다 "국회 문을 부수고 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가 현장 장병들에게까지 하달됐지만 이를 거부했다. 선관위 출동 지시를 받은 방첩사령부 부대원들은 편의점에서 커피를 마시고 라면을 먹으며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었다. 군의 지휘통제 체계가 일사불란하게 작동했더라면 제2의 광주사태가 일어났을 수도 있던 아찔한 위기를 그들이 막았다.

여기에 비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리 분별력도, 불의에 맞서는 용기도 없다. 부당한 명령에 따르는 것을 명예로 여기고, 절대복종을 미덕으로 칭송하며, 일사불란함을 최고의 가치로 떠받든다. 국회의원은 각자가 개별적 헌법기관임을 까맣게 잊은 채 1차 탄핵안 표결시 국회 본회의장을 줄줄이 빠져나오는 모습은 영락없이 상관의 명령에 맥없이 복종하는 '쫄병' 모습 그대로였다.

계엄군 장병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에 비하면 나이도 어리고 배움과 학식도 떨어진다. 국회의원들처럼 휘황찬란한 경력과 경험도 없다. 하지만 그들은 무엇이 옳고 그르지를 판별하는 맑은 눈을 지녔고, 민주주의가 무엇이고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부당한 명령 앞에서 최소한 머뭇거리고 고민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양식도, 분별력도, 고민도, 용기도 없다. '국민의 명령'이 '당의 명령'보다 앞서고, '당헌'보다 '헌법'이 높은 가치이며, '불의'에 대한 순종보다는 '정의'를 향한 몸부림이 더 중요하다는 상식과 이성이 마비돼 있다. 오직 정치적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 민주주의 가치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헌법 파괴 행위를 육탄으로 옹호하는 돌격 정신만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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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국회의 의결로 해제된 후 한 계엄군이 시민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죄송하다'며 사과하고 있다. ⓒ유튜브 허재현TV 영상 갈무리



탄핵안이 가결된 뒤 국민의힘 안에서는 찬성표를 던진 의원 12명에 대한 무자비한 '구타'가 시작됐다. "쥐새끼" "배신자" "세작" 등의 입에 담지 못할 폭언으로 매질을 하고 있다. 내란 사태 당시 선관위 진입을 반대한 소령을 구타했다는 방첩사 장성급 고위 간부가 얼굴을 바꿔 국민의힘 곳곳에 출현하고 있다. 이들은 탄핵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모두 색출해 '군법회의'에 넘겨 '정치적 사형'에 처해버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광기는 전염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광기와 히스테리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적 광기와 집단적 히스테리로 나타나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결국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애초부터 정치적 비전과 소양,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 갑자기 벼락 감투를 쓴 것부터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중도하차는 온실에서 속성재배된 정치인의 씁쓸한 행로를 잘 보여준다. 더 본질적으로 생각해보면, 검찰 시절부터 '시한폭탄'을 최측근으로 섬기며 그를 국가 최고지도자 자리에 올린 1등 공신으로서 더는 그 자리에 머물 자격이 없다. 불과 몇 개월간 '윤-한 갈등'을 빚었다고 해서 그 죄과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그에게 '배신자'의 죄를 덮어씌워 쫓아낸 것은 참으로 비열하고 치사하다. 지금 국민의힘은 오직 윤 대통령 탄핵 이후 남겨질 초라한 유산을 차지하기 위한 탐욕만이 들끓고 있다. 이것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저열한 의식 수준의 현주소다.

한국 보수 정당의 뿌리는 1981년에 창당한 민주정의당(민정당)이라는 게 정치학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전두환 등 신군부가 12·12쿠데타와 5·18 광주의 핏더미 위에 세운 정당이다. 민정당 소속 의원들은 당연히 12·12 내란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국가 안정과 질서를 위한 불가피한 조처" "북한의 위협과 동조세력으로부터 나라를 구하기 위한 구국 행위"라고 주장했다. 12·12 군사쿠테타의 불법성을 지적하거나 관련자들의 법적·정치적 책임을 언급하는 것은 최대의 금기사항이었다.

그로부터 4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정당 의원들의 주장을 똑같이 되풀이한다. "국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다" "야당의 입법 독재로 인한 국정 마비 상황에서 대통령의 고뇌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따위의 주장을 늫어놓는다. "계엄은 대통령의 통치행위이므로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다"는 윤 대통령의 궤변을 신성한 국회 의사당 안에서 그대로 되풀이한다. 대한민국의 보수 정당은 40년 전 민정당의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않았다. 아니, 더 후퇴했다. 태생적으로 옴짝달짝 할 수 없었던 민정당 의원들과 달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충분한 자기의사 결정권을 가졌는데도 이를 포기했다.

내란 옹호의 맨선두에 서 있는 인물이 '전두환 사위 출신' 윤상현 의원인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윤 의원의 가슴 속에는 여전히 전두환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살아 숨쉬고 있을 것이다. 단지 윤상현 의원뿐 아니다. 윤 대통령의 헌법 파괴를 눈감고 탄핵 저지에 힘을 보탠 국민의힘 의원 85명은 모두 '전두환의 자손'들이며 '민정당의 충실한 계승자'들이다.

'국민의힘'은 사실 '국민의 힘으로 침몰된 정당'이 다시 이름을 바꾼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몰락한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등의 이름으로 연명하다가 국민의힘이 됐다. 국민의힘 영문 표기는 People's Power Party(PPP)다. '피플 파워'는 풀뿌리 민초들의 항거, 아래로부터의 시민혁명 등을 내포한 말이다. 피플 파워로 무너진 정당이 피플 파워를 당명으로 내건 것부터가 얼마나 염치없는 일인가. 그 몰염치는 12·3 내란 사태를 겪으며 확연히 증명됐다.

국민의힘 당명의 겉 포장지에는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라는 광고 문구가 씌어 있다. 그러나 실제 속 내용물은 달랐다. '국민을 외면하는 힘' '내란수괴를 위해 봉사하는 힘' '국민을 분열시키는 힘'이었다. 탄핵을 촉구하는 국민의 함성이 전국에 메아리치는데도 "거리의 외침에 빠르게 응답하는 것만이 성숙한 민주주의일까?"(나경원 의원)라는 어이없는 질문을 던진다. 국민의 뜻이 탄핵에 있음을 알면서도 "지역구인 대구 민심을 고려해 탄핵에 반대한다"(우재준 의원)라고 말한다. 이들에게는 나라의 장래보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 관계가, 국민 전체의 뜻보다는 특정 지역의 왜곡된 민심이 최우선이다.

국민의힘 당명은 내란 사태를 거치며 수명을 다했다. 더는 '국민'을 입밖에 올리지 말라. 굳이 국민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으면 '국민의적' 또는 '국민을적'으로 당명을 개칭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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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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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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